"방역 규제는 천천히 풀고 빠르게 죄야 하는데 지금 거꾸로 하고 있습니다."(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3일 연속 하루 코로나19(COVID-19) 신규 환자가 7000명 이상 발생한 10일 정부는 3차접종(부스터샷) 기간 단축, 병상 확충 등을 골자로 한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특단의 방역 조치가 나올 수 있다 언급했지만 3차접종 기간 단축 외 특별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주 하루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일한 게 아니냔 비판이 적지 않다. 위중증환자가 800명을 넘고 매일 수십명의 사망자가 나오며 병상 대기자가 1000명을 넘어 의료 현장에서 한계란 비명이 쏟아지는 위기 국면임을 고려하면 서둘러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표명했지만 지난 11월 시작한 1단계부터 사적모임이나 다중이용시설 영업 제한을 필요 이상으로 풀면서 국민의 방역 긴장감이 급격하게 떨어졌단 평가가 우세하다. 또 일상회복 뒤 확산세가 거세지고 위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국면에서 신속한 방역 강화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 결단이 늦단 지적도 있다.
정부 역시 위기 상황이란 인식엔 공감한다. 이날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하루 확진자가 7000명을 넘는 등 방역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라며 "오미크론 변이도 있기 때문에 방역 상황은 상당히 악화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제1통제관은 "지난주 금요일(이달 3일) 발표한 특별방역대책이 조금 유행세를 누그러뜨리길 기대한다"며 "만약 유행이 계속된다면 추가 방역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늦었다며 적극적인 방역 강화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3차접종 기간 단축은 지금의 확산세를 막기 위한 대책으론 부족하다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는 거리두기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교수는 "부스터샷 기간 단축은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가파른 감염 확산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천 교수는 "부스터샷 기간 단축해 당장 맞더라도 2주나 1달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사이 감염이 다 퍼지면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중증환자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지, 지금 확진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병상을 마련 못하고 매번 행정명령으로 하다 보니 의료 인력이 없어 병상 대기자가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며 "병상 수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특히 "진작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했는데, 아직도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니 계속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주 실시한 특별방역대책도 사적모임 6명 제한뿐, 사실상 큰 의미를 가질 만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정부 입장은 국민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부터 방역 규제를 확 풀면서 위기를 자초했는데 의료 현장은 이미 붕괴 상태고 다음주면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나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부스터샷은 기본이지, 기간을 당기든 말든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예방접종을 드문드문 해서 동시에 많은 사람이 면역을 갖는 시기가 없어 국민 전체로 보면 항상 면역이 떨어지는 사람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발등의 불을 끈다고 부스터샷 기간을 당긴다는데 언발의 오줌누기가 될지 모른다"며 "백신 효과는 이미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확인된 만큼 해결책은 거리두기뿐"이라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부스터샷 접종 기간 단축이 고령자 사망률 낮추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전반적인 확진자 수를 줄이려면 거리두기 전면 확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위드코로나(코로나19와 공존)를 전면 폐지하거나 후퇴하자는 게 아니라 잠정 중단하고 잠시 숨 좀 고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제1통제관은 "최대한 앞서 발표한 특별방역대책을 토대로 병상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만약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 (다중이용시설) 운영시간이나 사적모임 제한을 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행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백신 접종"이라며 "3차접종 간격을 3개월로 통합 단축하고 청소년에 대해선 다음주부터 '찾아가는 학교 접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