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순회교사·대체인력 인건비 지원 확대로 근무지원"
사립유치원, 시스템 없어 교사 연가 관리 대부분 '수기'
인사 권한자 원장에 대한 감독 방법은 "교사들의 신고 뿐"

#사립유치원 교사 10년차인 A씨는 1년에 여름·겨울 방학기간 10일만 쉰다. 1년에 15일을 기준으로 2년차 이후부터 연차가 늘어난다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 사립유치원은 온라인 인사 시스템이 없어 연가는 수기로만 관리한다. A씨는 "교육청에서 지도감독을 와도 원장이 문제 없다고 하면 그만"이라며 "지역 유치원 원장끼리 정보 교류가 많다보니 그들의 눈 밖에 날 각오를 하고 연차를 쓰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 유치원 교사의 독감 사망 사건에 따른 대책으로 교육부가 대체 인력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체인력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병가 외에 연차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지도점검' 외에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16일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교사의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을 발표했다. 지난 2월 경기도 부천에서 한 사립 유치원 교사가 B형 독감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사흘간 출근하다가 증상이 악화해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한 대책이다. 해당 교사는 독감 판정 이전에도 유치원 발표회 준비로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렸다.
교육부는 먼저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유아교육진흥원 등 교육행정기관에 '순회교사'를 둘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순회교사는 인근 지역에서 유치원 교사가 긴급하게 자리를 비울 경우 수업을 지원한다. 외부 지원에 나가지 않을 때는 원 소속에서 체육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순회교사 규모 등은 행정안전부와의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
또 사립유치원 교사의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을 확대한다. 각 교육청마다 지원 범위가 달랐는데, 병가 외에도 공가, 특별휴가, 연수 등 지원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개인 연가는 지원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각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유치원 교사 대체인력풀을 활용할 수는 있다. 대체인력풀은 현재 11개 교육청에서 운영 중인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징계 이력 조회, 연수 실시 등으로 전문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사립유치원의 운영 개선을 위해서는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인사 제도와 대체인력 지원 사업 등에 관한 연수를 하고, 시도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 교사의 인사 고충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신고센터를 운영한다.
법정 연차일수(15일) 대비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연차 소진 현황은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김정연 교육부 영유아지원관은 "(원장이 연차를 부당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교사가) 신고를 하면 지도점검을 나가게 되겠지만 표면적으로 문제가 드러나야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며 "대체인력 지원으로 현장 체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 유아교육위원장은 "사립유치원에서는 교사에게 연가가 며칠 있다거나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안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공립 유치원이나 사립 초중등은 법인화가 돼 있어 교육행정시스템인 나이스를 통해 교원관리를 하는 반면 사립유치원은 제대로된 관리체계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립유치원은 원장이 인사 전권을 갖고 있는데 이를 신고할 수 있는 교사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자들의 PICK!
실제 교육청에서도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연가 권리 보장을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에서 사립유치원들의 연가 관리 등을 지도감독하긴 하지만, 대부분이 수기 기록이고 (기록물의) 진위를 가리기는 어렵다"며 "저경력 교사들의 구너리 보장을 위해 안내를 강화할 수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사립유치원은 원장의 인사 및 운영 재량권이 강하게 작용해 일선 교사들이 휴가나 휴직을 정당하게 요구하더라도 향후 재계약 거부나 임금 동결 등 실질적인 신분상·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우려가 대단히 높다"며 제도적 장치와 법적 안전망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