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동선과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상병수당은 업무 관련성이 없는 상병으로 근로를 중단해 발생한 소득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아픈 근로자가 증상을 인지하는 단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도록 지원하는 방역 안전망이다. 건강관리에서 예방과 건강증진의 경제적 효과까지 높이는 공중보건체계 구축의 핵심이다.
질병과 부상(이하 상병)은 직접 치료비 부담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소득의 원천인 근로활동을 제한한다. 근로활동의 중단은 개인의 삶의 질을 하락시켜 질병 악화와 빈곤의 위험을 높인다. 개인이 처한 사회적 환경의 차이가 건강 수준의 격차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건강보험은 보편적 의료서비스 접근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부담없이 이용가능한 질 좋은 의료서비스가 있어도 거기에 가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면 길을 내줘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국가에서 가능한 모든 근로자를 포괄해 아플 때 고용주가 제공하는 유급병가의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공적 주체가 고용주와 역할을 분담해 상병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7월 4일부터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3년간 진행될 시범사업은 본 제도 설계를 위한 사전 정책실험으로써 의미가 크다. 공모를 통해 6개 지역(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 충남 천안, 경북 포항, 경남 창원, 전남 순천)이 선정됐다. 해당 지역의 취업자가 아파서 근로를 중단하는 기간에 대해 의료적 인증을 받고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지사는 심사를 통해 결정된 기간 일당 정액(최저임금의 60%)을 보상한다.
상병수당은 기대만큼 근로자의 아플 동기를 높인다는 우려도 크다. 따라서 시범사업은 생산적 논의를 위한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첫째, 고용주와 피용자 관계에서 고용주가 제공할 수 있는 유급병가의 최대 수준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모든 유형의 일하는 사람별로 근로소득을 추적하고 질병 발생에 따른 소득의 변동을 적시에 파악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이 제도를 통해 아픈 근로자가 적시에 쉬고 의료에 접근해 근로 복귀의 기회를 높일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 시범사업의 결과는 제도의 편익을 고르게 확대하고 부정적 영향은 적절히 통제하는 전략적이고 정교한 제도 설계에 활용될 것이다.
상병수당 제도 도입의 취지는 상병 발생 이후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의 사전 예방과 개인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데 있다. 지금은 시범사업의 과학적 평가를 위해 사전 계획에 따른 꼼꼼한 집행에 집중할 때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핵심은 국민 개개인의 회복력 증진이다. 길었던 코로나19의 끝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지속 가능한 방역과 일상의 공존을 위한 희망의 시작이 되길 기대하며 완주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