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한민국 저출산을 극복하려면…난임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박동수 차의과학대학교 여성의학연구소 대구센터 교수
2022.07.11 14:19

대한민국은 극심한 저출산과 더불어 인구의 고령화라는 큰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여성의 가임력 감소로 난임 문제 또한 심각하다. 이는 생산인구 축소로 국가 경쟁력 약화와 젊은 세대의 복지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06년부터 3차례에 걸쳐 약 190조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매년 20만명 이상의 인구가 난임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의 약 10~12%는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과 같은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나고 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신생아들이 난임시술을 통해 태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비중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왜 그런 것일까?

한국사회는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것을 굉장히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일로 여겨왔다. 조선시대때는 어떠했는가? 아이를 못 낳는 아내가 있으면 후처를 들여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를 못 갖는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쫓겨나는 일들도 있었다. 아이가 없는 가정의 여성은 죄인인 것처럼 사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이런 편견을 버려야 한다. 난임의 원인은 절대로 여성에게만 국한돼 있지 않다. 여성과 남성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부부 모두에게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여성의 경우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나팔관이 막혀서 임신이 안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배란이 잘 되지 않아서 (대개 생리불순이 있음) 임신이 안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35세가 넘어가면서 난소 기능이 감소하고, 난자의 질이 떨어져 난임을 겪을 수도 있다. 남성의 경우 정자의 숫자가 부족하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 기형 정자가 많은 경우 난임을 겪을 수 있다. 드물게 무정자증인 경우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부분은 빠른 진단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병원을 찾는 부부는 너무 적다.

난임은 치료를 받으면 해결할 수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기혼인구의 10~15%가 난임이다. 난임 환자수는 매년 5%씩 증가하고 있다.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질환이자 흔한 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의 유병률이 각각 11.8%, 28.3%임을 생각하면 난임 역시 이에 못지 않은 매우 흔한 질환이다. 결코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질환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 병원에는 언제 방문을 해야 할까? 35세 미만의 경우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35세 이상의 경우 6개월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난임 병원에 방문할 필요가 있다. 기간을 산정할 때는, 임신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기간이 아닌 피임 없이 잠자리를 갖은 기간을 산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여기서 피임은 콘돔 및 피임약 등을 이용한 적극적 피임만을 의미하며, 질외 사정과 같은 방법은 제외한다. 예를 들어 어느 34세 여성이 결혼 후, 1년간 질외사정으로 잠자리를 가져왔다면 의학적인 피임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여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평가를 받을 때는 꼭 부부가 함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여성과 남성 모두 거의 같은 비율로 문제를 갖기 때문이다.

난임으로 진단을 받은 경우, 배란일 측정이나 인공수정 또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최근에는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경우 빠르게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임신을 시도하는 추세로 가고 있으며, 정부에서 시행하는 지원프로그램도 매우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난임 환자들은 다른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수많은 환자들을 임상에서 마주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오는 경우이다. 심장마비, 뇌출혈에만 골든타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난임에도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나이이다. 만나이 40 전에는 꼭 진료를 볼 것을 권하며, 40이 넘어가면 혼인 기간에 상관없이 의료진과 상담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결혼하자마자 바로 난임센터를 찾는 만혼부부들이 많아졌다. 좀 더 많은 부부들이 난임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두려움을 버리고, 자녀를 임신하는 기쁨을 하루라도 빨리 누리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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