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코골이에 잠에서 깼는데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자녀에게서 나는 소리라면 잠이 확 달아날 만한 일이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도 피곤하면 코를 고는데, 이는 기도 주변의 구조물이 피로 해소를 위한 근육 이완으로 늘어나며 기도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습관적으로 주 4회 이상 코를 고는 경우다. 특히, 코골이와 함께 숨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될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병원장은 "코골이가 기도의 일부가 좁아져 생기는 문제라면 수면무호흡증은 기도가 잠깐씩 막혀 아예 숨을 못 쉬는 상태가 반복되는 병"이라며 "코골이와 달리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조기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코골이는 '드르렁드르렁' 하는 소리가 난다면 수면무호흡증은 '커억' 또는 '컥' 소리가 나며 숨을 몇 초 동안 멈췄다가 내쉰다. 잠을 잘 때 땀을 흘리거나, 몸부림이 심하고 목을 뒤로 꺾거나 앉는 등 특이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이 병원장은 "아침에 잘 깨지 못하고 일어난 후에는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도 많다"며 "평소 습관적으로 입 호흡을 해도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성장 발달을 방해한다. 깊은 수면(서파 수면)에 드는 것을 방해해 성장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다. 숨 쉬는 것이 힘들어 호흡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열량 소모가 커지는데, 이 역시 성장을 방해한다. 코로 숨 쉬는 게 힘들면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자는데,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위턱은 앞으로 튀어나오고 아래턱은 목 쪽으로 처지는 이른바 '아데노이드형 얼굴'로 변해 부정교합이 생기고 발음도 부정확해진다.
수면이 부족하면 피로하고 집중력 저하, 무기력으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어릴 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도 관련이 있다. ADHD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어린이의 ADHD 유병률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2배 이상 높다. 이 병원장은 "이 경우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면 ADHD 증상도 줄어든다"며 "자녀가 ADHD 진단을 받았다면 수면무호흡증이 있지는 않나 살펴보고, 치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숨길'인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게 주요 원인이다. 성인은 비만하거나 음주와 흡연, 호르몬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다. 반면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기도가 좁아지는 원인의 80~90%가 편도와 아데노이드에 있다.
편도는 입을 빌렸을 때 목젖 양쪽에 도톰한 부위다. 아데노이드는 목젖 뒤에 위치해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목으로 들어오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막는 '문지기'로 초기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편도와 아데노이드는 4~6세에 가장 컸다가 사춘기에 급격히 줄어드는데, 구강과 기도는 이보다 천천히 커져 상대적인 크기가 큰 3~8세에는 이로 인한 코골이 등의 문제가 흔히 나타난다.
커진 편도와 아데노이드는 약물로는 줄일 수 없어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대상은 만 3세 이상, 몸무게 15㎏ 이상으로 이때는 전신마취로 인한 부작용이 거의 없고, 수술 후 회복기를 버틸 체력이 충분하다. 기도 반사를 예방하기 위해 전신마취 후 '코블레이터'라는 저온(10~70도) 고주파 의료기기를 주로 이용하는데 종전에 전기소작기나 레이저와 달리 고열을 내지 않아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3세 이후에는 편도와 아데노이드를 제거해도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추적 관찰 연구에 따르면 키가 작고 체구가 왜소하던 어린이가 성장 발달이 촉진되고 감기나 중이염 등 감염성 질환으로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상덕 병원장은 "9세 이하가 받는 수술의 절반 이상이 편도, 아데노이드 제거 수술로 그만큼 꼭 필요하고 안전한 수술"이라며 "우리 몸에 쓸모없는 기관은 없지만, 쓸모보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때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이득"이라고 조언했다.
※참고 도서 = 코가 뚫리면 인생도 뚫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