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억씩 적자"…전공의 떠난 병원도 '시름', 줄줄이 비상경영

박정렬 기자
2024.03.18 14:21
전공의 이탈 후 '빅5 병원' 주요 운영 조치 사항/그래픽=김현정

전공의 이탈로 인해 경영난에 부딪힌 병원들이 잇따라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비중이 40%를 넘나드는 '빅5 병원'은 전년 대비 하루 10억원 이상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각 병원의 비상경영체계 선포는 앞으로도 전공의가 완전히 복귀하진 않을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교수마저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고 있어 병원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술 지연·취소 등 환자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의료원은 지난 15일 각 병원 직원들에게 '비상경영체계' 운영을 알리는 서신을 보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빅5 병원' 중 두 곳이 한꺼번에 경영난을 공식화한 것이다.

비상운영체제를 시행하는 서울아산병원은 병동 통폐합, 신규 채용 중단 등 하루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감내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시행한다. 부족한 의사 일손을 대신해 최근 법적 보호망이 갖춰진 PA(진료보조)간호사의 역할을 대폭 확대해 진료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방침이다. 연세의료원 역시 사업비 등 경비 지출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사전에 승인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시기와 규모 등을 한 번 더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직은 무급휴가 등 직원 대상의 경비 절감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가 이탈한 지난달 20일부터 일찌감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다. 병동 간호사를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진행하고 진료과별 병상 가동률을 기준으로 병동 운영을 조절했다. 최근에는 경영난에 대비해 미리 마이너스 통장 규모를 기존에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2배 늘렸다. 매출이 전월 대비 20%가량 줄어든 서울성모병원 역시 비상경영체계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무급휴가, 병동 통폐합이 시행되지 않았고 비상경영체계 전환도 아직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경영체계로 전환은 현재 상황을 대처하는 것보다 다가올 경영 위기에 대한 대비책에 가깝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경영진이 병원 안팎으로 비상경영체계 전환을 알리는 건 이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구성원의 동참과 정부 등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려는 목적"이라며 "이미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거나, 적게 올 것을 전제하고 운영 체제를 손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병원에서는 이미 전공의 이탈 상황이 오래 유지될 걸 가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 20개 대학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의 발표 모습./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까지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서울대 의대, 울산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미 정부가 사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 현장을 떠나겠다고 예고했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도 이날 긴급 총회를 개최하고 사직서 제출 등 대응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해도 수리되기 전까지 환자 곁은 지키겠다는 입장이라 당장 '의료 대란'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내더라도 총장이 이를 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의대 교수가 의료현장을 이탈할 경우 정부가 전공의에게 했듯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전에 대비하는 병원 입장에서 교수들의 이탈 움직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시간이 지나 교수들이 하나둘 진료 현장을 떠나면 병원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하고 중증·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날 빅5 병원장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만나 비상진료체계에 대한 의견과 직면한 경영난 등 애로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간담회를 통해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 파악과 함께 애로사항에 대해 세심하게 청취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최대한 신속하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