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1000명 줄여야"…'강경파' 임현택, 공약마저 정부와 등졌다

정심교 기자
2024.03.27 16:40

전국 의사 14만 명을 이끌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으로 '강경파 중 강경파'로 꼽히는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당선되면서 정부와의 줄다리기는 더 팽팽해질 전망이다. 임현택 당선인은 5월 1일부로 3년간의 회장 임기를 시작하지만, 현재 의협은 이필수 전 회장의 사퇴로 회장 없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임 회장의 임기는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현택 당선인은 26일 당선 직후 "우리나라는 지금도 동네 사거리에 수없이 많은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의원이 있을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좋아 오히려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명 내지 1000명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원이 3058명이니 2058~2558명이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대 정원 5058명과 최대 3000명이나 차이 난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증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감원'은 방향성이 너무 다른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어떤 이유로 감원을 주장하는 건지 소통을 통해 그 이유와 논거들을 좀 더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도 "다만 (정부가) 2000명을 결정한 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뉴스1)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 당선자가 지난달 윤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막힘) 당한 채 끌려 나가는 모습.(임현택 회장 제공) 2024.3.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 당선인과 정부는 단지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만 다른 게 아니다. 임 당선인이 후보 때 내건 공약 대다수가 정부 기조와 정반대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 △PA(진료지원) 간호사의 의사 대행 금지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 △수술실 내 CCTV 설치법 개정 △당연지정제(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제도) 폐지 등이 그 예다.

그중 정부가 최근 내놓은 방침과 대립각을 세운 공약이 'PA 간호사의 의사 대행 금지'다. 중대본은 지난달 27일부터 PA 간호사 업무를 한시적으로 합법화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지난 26일엔 "PA 간호사 1900여 명을 추가 증원할 것"이라고도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임 당선인은 "PA가 의사 역할을 대신할 수 없도록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시행된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그는 반기를 들 전망이다. 기존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형 이상 형을 선고받았을 때만 의사면허가 취소됐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형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도 취소된다. 이에 대해 임 당선인은 "의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악질 중범죄에 대해서만 국한할 수 있게 (법을) 바꾸겠다"며 "면허관리원을 설립해 자정작용을 통해 면허를 관리하겠다"고 했다. 의사의 면허 취소에 대해 의협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임현택 당선인이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배포한 포스터. △PA 간호사의 의사 대행 금지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 △수술실 내 CCTV 설치법 개정 등 공약이 담겨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임 당선인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규정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복지부 주도로 지난해 9월 25일 시행됐다.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병원은 환자·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하고, 수사기관 등의 영상 열람 요청에 응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임 당선인은 "CCTV 설치법을 없애거나, 의사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처해 의사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거나 자괴감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임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는 조건으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의 파면'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인사 사항은 답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학 교수님들도 그렇고 의협에서도 그렇고 대화의 전제조건들이 있는데 그러한 전제조건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또 임 당선인이 "전공의 등이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그런 주장은 의사 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법을 위반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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