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없는 공장'은 첨단 제조업의 상징과 같다.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는 공장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도 한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자생메디바이오센터의 외관도 연간 800톤(t)의 한약재를 가공·공급하는 조제 시설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을 떠올리게 하는 깔끔한 외관에 실내도 소음이 거의 없이 조용하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총 7000평(2만2792.57㎡) 규모의 국내 최대 한방의약품 조제 시설이다. 국내 최초로 식약처 hGMP(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실사를 거쳐 인증을 획득했고, 5년 연속 hGMP 우수업체로 선정되며 한약의 표준화·과학화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지하 1층 조제용수 관리 시설에서 △1층 한약 품질 검사 시설 △2층 약침과 한약 조제 시설 △3층 한약재 생산과 품질검사 시설 △4층 제이에스 뮤지엄까지 누구든, 원하는 사람은 예약을 통해 방문 견학할 수 있게 오픈돼 있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 이사장은 "검증 절차를 모두에게 공개해 한약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자생메디바이오센터를 설립하게 됐다"면서 "현대 한의학의 역사와 한약 조제 시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지하 1층 정수 시설에서는 성인 키보다 훨씬 큰 10t, 5t, 2t 등 세 개의 탱크가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쓰지 않고 마이크로, 카본, 멤브레인필터로 이어지는 역삼투압과 전기탈이온방식(EDI) 시스템, 0.2 마이크로미터 필터로 정제한 뒤 한약과 약침 조제, 한약재 세척에 사용한다고 했다. 실시간 모니터링 장치를 통해 시간당 최대 5t의 수돗물이 정수되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센터 관계자는 "탱크에 저장된 정제수는 자동 수위 측정을 통해 24시간 이내 전부 소비하도록 철저히 관리한다"고 말했다.
1층 이화학 실험실에서는 연구원들이 각종 검사 장비를 이용해 10~25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불순물(이물질)까지 깐깐하게 걸러내고 있었다. 혈관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주사제 기준에 준해 불용성 미립자 시험을 실시하고, 조제 시마다 정제수의 유기 탄소를 측정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1품목, 최대 3만 바이알을 제조하는 2층의 약침 제조 시설은 마치 반도체 공장을 떠올리게 했다. 병 세척 → 고온 소독(300도 30분) → 약물 충진 → 포장 → 이물질 검사 → 포장이 원스톱으로 진행됐고 실내 근무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자와 마스크, 고글, 무균복, 무균 신발을 신은 채 동선을 최소화하며 업무를 수행했다. 센터 관계자는 "독립적으로 구축된 공기조화시스템(HVAC System)이 최적의 조제 환경을 위한 깨끗한 공기와 적절한 온·습도를 유지해 준다"며 "약침 조제실은 바닥에 먼지와 세균을 잡아내는 특수 장치와 배지를 놓는 등 위생 관리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층 한약 조제 시설에서는 10여 명의 한약사가 수도권 12곳의 자생한방병원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된 처방전에 따라 한약재를 검수, 조제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곳에서는 대한민국약전 등에 등재된 600여 한약재 중 약 80%에 달하는 450여 한약재를 조합해 '맞춤 한약'을 만들어 낸다. 센터 관계자는 "한약재는 원산지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검수인을 직접 파견해 최상급 한약재를 확보한다"고 강조했다.
설명을 들으며 은은하게 풍기는 한약 냄새를 따라가니 무압력 방식(대류 순환식) 탕전기 72대가 줄지어 눈에 들어왔다. 조합한 한약재에 따라 최적의 시간과 온도, 압력 등을 설정해 표준화된 조제를 구현한다고 센터는 밝혔다. 추출된 한약은 전용 배관을 통해 지정된 충전기로 흘러가고, 스파우트팩에 담겨 또 한 차례 멸균 과정을 거친 뒤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배송된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 관계자는 "자동화된 시스템에 따라 하루 최대 1500명분의 한약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7년여간 사업 기간 중 센터가 가장 신경 쓴 분야는 품질 관리였다. 실제 3층 품질검사 시설은 일반 제약회사와 병원에서 쓰는 고가의 장비가 즐비했다. 극미량의 농약까지 검출할 수 있는 4억원대의 질량분석기를 포함해 총 200억원이 넘는 금액이 투자됐다.
센터 관계자는 "사전품질검사부터 입고, 출고검사까지 최소 9회 이상의 품질시험을 진행하며 중금속, 잔류 농약, 순도시험, 성분 확인 시험 등 철저한 검사를 시행한다"며 "연구와 시설 분야의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해 첩약을 비롯한 약침, 환약 등 한약 보장성 강화를 위한 근거와 기준들을 제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