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 교수 측이 정부의 법원 제출 자료를 공개하며 "2000명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대한의학회는 1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전의교협은 지난 3월5일 행정법원에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취소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며 "지난 4월30일 고등법원에서 정부에 과학적 증거와 회의록 등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근거로 정부가 2000명이라는 특정 숫자를 결정했고 선전포고하듯 기습적으로 발표했는지 정말 궁금했다"며 "재판부 결정으로 그동안 숨겨왔던 기록을 이제야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창수 회장은 "실제 자료를 검증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천 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 인용 외에는 없었다"며 "기존 보고서 재탕 외 재판부가 요청한 증원을 결정한 객관적인 용역이나 검증도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의학회와 지난주 '과학성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증원의 근거가 된 3가지 보고서를 포함한 자료를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여 명의 교수진이 참여했다.
김종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은 검증위가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만든 '의사 수 1만5000명 부족 근거 자료의 비판적 분석' 보고서 내용을 발표했다.
김종일 회장은 "3개 보고서는 전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고 진행돼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있다"며 "보고서 저자도 다양한 가정일뿐 2000명 증원 근거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측 소송대리인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도 정부의 법원 제출 자료에 대해 "한두 개 빼놓곤 이미 언론에 알려진 사실상 증거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자료 49건을 공개했는데, 이는 소송 방해라는 정부의 지적에 대해선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왜 밀실에서 재판해야 하냐"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지난해 9번 회의를 진행했는데 입학 정원에 대해 다룬 회의는 딱 한 번"이라며 "내용을 보면 대다수가 '1000명'을 말하는데 왜 갑자기 '2000명'이 툭 나왔을까. 정부 스스로 제출한 회의 자료만 봐도 재판장이 요구하는 2000명의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현재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을 전면 폐기한 후 원점 재검토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창수 회장은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논쟁, 토의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며 "합리한 정책의 추진을 백지화하고 이제라도 의사를 포함한 보건 인력을 과학적으로 추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 김택우 의협 전임비상대책위원장, 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공보담당 등이 참석했다. 박형욱 의학회 부회장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전공의 수련 체계 개편 과정에서 이를 담당하는 학회와 전공의 의견 취합이 없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편 전의교협을 비롯한 수험생·의대생·전공의 등은 지난 3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을 상대로 한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리를 법원에 신청한 바 있다. 법원 판결은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