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크게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철 유행기에 접어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역대급 확산세를 보이는 데다 주춤하던 코로나19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방학 때 독감이 먼저 유행하고 정점을 지나 학생들이 등교할 무렵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시차를 둔 '트윈데믹'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의원급 300곳의 독감 표본감시 결과 최근 4주간 인플루엔자 신규 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50주차(12월8~14일)에 표본감시기관 의원급 외래환자 1000명당 13.6명으로 이번 절기 독감 유행기준(8.6명)을 초과했다.
독감 유행패턴은 코로나19 범유행을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 그간 매년 겨울·봄에 크게 유행했다면 코로나19 범유행 이후로는 유행패턴 자체를 예측하기 어렵게 변했다. 코로나19가 막 유행할 무렵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시기엔 독감 유행이 2년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2022년 9월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후 크고 작은 유행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무려 22개월 만인 올해 7월에야 독감 유행주의보가 해제됐다.
질병관리청은 독감환자가 증가하자 지난 20일 0시를 기해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의 신상엽 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과거 이렇게 오랜 기간(22개월) 독감 유행이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며 "최근 다시 환자가 급증하면서 독감 유행주의보가 5개월 만에 다시 발령(12월20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독감 유행시기는 겨울방학과 겹치는데 대규모 유행보다 1~2개월간 '중간규모'의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연구위원은 "독감의 고위험군(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층)은 국가예방접종 지원대상이므로 독감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종을 권한다"며 "특히 65세 이상의 경우 본인부담이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표준 독감백신'보다 예방효과가 높은 '고면역원성 독감백신' 접종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독감은 호흡기 증상보다 갑자기 발생하는 발열·두통·근육통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48시간 이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합병증 발생을 줄이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번 독감이 유행의 정점을 지나면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시차를 둔 '트윈데믹'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오미크론바이러스 변이는 'JN.1 → KP.2 → KP.3 → XEC' 순으로 우세종이 바뀌었다. 신 연구위원은 "모두 기존 면역을 크게 회피하는 변이가 아니어서 지금 국내에서 접종하는 JN.1 기반 코로나19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고위험군(65세 이상,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은 내년 4월까지 백신접종이 진행된다. 일상에서 손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예절, 실내환기 등의 기본 위생수칙만 잘 지켜도 호흡기 감염병의 대부분은 예방·대응할 수 있다.
신 연구위원은 "독감과 코로나19같이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은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 고위험군은 미리 백신을 접종하고 혹시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