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되레 소비자의 약제 부담을 증가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약가 인하가 신약 연구개발(R&D)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발표됐다. 현재의 약가인하 제도를 통합해 손보고 환급제를 통한 종합적인 약가 관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윤정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주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기업 행태를 변화시켜 소비자가 전체적으로 부담하는 약제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008~2019년 96개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12년 약가 인하는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26.0~51.2%까지 감소시켰다"며 "제약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대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12년 기등재약품의 약가를 2007년 대비 53.55%로 상한가를 인하하고 특허 만료 후 오리지널과 복제약의 약가를 오리지널 최초 등재가격의 53.55%로 하향 조정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약가 인하로 매출 하락을 겪은 기업들이 급여 의약품 비중은 줄이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비급여 의약품 비중을 늘렸다. 또 2011년 기준 급여 전문의약품 중 약가 인하 제외 제품군의 생산액 비중이 2018년까지 평균 5.7%포인트 높아졌고, 다국적 제약기업과 오리지널 의약품의 공동마케팅(코프로모션) 매출 비중은 늘었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줄었지만 소비자 부담이 증가했다. 기업이 비급여 전문의약품 비중을 매출의 10%포인트 높였을 때를 가정하면 약가 인하로 생산자 이윤은 약 12.0% 감소하고 건강보험공단 재정의 의약품 값 부담률이 약 24.4% 감소했다. 반면 소비자는 약 부담률은 13.8% 증가했다. 비급여 의약품 생산 비중이 증가한 탓이다. 또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 제외 제품군의 생산을 늘림으로써 약가 인하의 목적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재정의 부담 완화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약가 규제 제도는 생태계 구성원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구성원들의 전략과 행태가 변할 수밖에 없다"며 "제도 설계와 도입은 환자와 의사, 제약회사의 유인구조와 행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최 교수의 연구 관련 2018~2019년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고 고가 의약품이 많이 진입한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이날 토론회에선 약가 인하 제도가 신약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가격 규제 정책이 R&D, 신약 출시와 부(-)의 상관관계가 있다"며 "유럽 연구 사례에서 1986~2004년 EU(유럽연합)의 가격 통제 정책으로 소비자 가격은 낮아졌으나 46개의 신약 개발이 중단되고 1680개의 R&D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약가를 인하하는 8개의 약가 사후관리 제도가 있는데 중복되는 제도가 있다. 중첩되는 제도와 적용 시기를 통합하고 약품비 환급제도를 활용해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제약사에 환급되는 약품비는 R&D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하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신약의 혁신 가치 보상과 수급 불안정 의약품의 신속하고 충분한 가격 인상을 통해 보건안보 차원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게 올해 정책 방향"이라며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고시에 해당 내용들을 담아서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