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8만2500여건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슬관절 치환술)이 이뤄진다. 무릎 연골이 닳아 뼈와 뼈가 부딪치는 퇴행성 관절염을 그만큼 많은 사람이, 오래 앓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퇴행성 관절염은 피할 수 없는 숙제와 같은 질병이다. 초기에는 진통제나 물리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말기가 되면 인공관절 수술 외에는 치료 대안이 없다.
이제 인공관절의 수술은 '평생 한 번' 하는 수술로 자리 잡았다. 해부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수술 기법·기구·재료가 발전하면서 인공관절 수명이 15년은 거뜬히 넘는다. 하지만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환자와 의사에서 괴리가 있다. X선, MRI 촬영에서 의사는 "괜찮다"고 해도 환자는 "불편하다" "아프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유가 뭘까. 32년 경력 정형외과 전문의인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이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로봇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마코 로봇)를 도입한 건 이 질문부터 출발한다. 그는 "치료 대안이 없는 인공관절 수술은 무조건 성공해야지 실패하면 다른 치료를 할 수가 없다"며 "사진은 괜찮은데 아프다는 사람이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부작용 없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떠올렸다.
인공관절 수술은 정형외과에서도 대(大)수술에 속한다. 핵심은 연골이 닳아 'O자'로 휘어진 다리 정렬을 일자로 맞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 수술은 허벅지 뼈를 뚫고 기준이 되는 정렬 가이드(IM Rod)를 삽입하고 각도를 조절한다. 출혈을 피할 수 없고 감염·출혈·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다리 정렬을 똑바로 맞추기 위해서는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가이드에 맞춰 뼈를 잘라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해도, 중간중간 충격으로 조금씩 흔들려 다리 정렬이 2~3도는 틀어진다. 교과서적으로도 이 정도 각도차는 일반적이라고 보지만, 이 원장은 "이런 작은 오차가 치료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며 교정하고 싶었다.
새롭게 개발된 인공관절과 수술 기법을 수없이 적용했지만, 그의 맘에 드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2020년, 한 대에 8억원이나 하는 마코 로봇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 무릎을 CT로 촬영 후 이를 3D 입체영상으로 변환한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사전에 환자에게 맞는 인공관절의 크기와 삽입 위치, 절삭범위 등을 면밀히 계획할 수 있다. 수술 중에는 뼈를 잘라내는 로봇팔이 기존에 설정된 절삭 범위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멈춰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이에 따라 출혈량도 약 30%가량 줄어 추가 수혈에 따른 각종 합병증이나 부작용, 감염 위험 등이 낮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재활치료를 앞당길 수 있어 일상생활로 회복까지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마코 로봇은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44개국에서 약 150만 건 이상의 수술이 이뤄진 '검증된' 장비다. 임상 연구 결과도 425건으로 치료 근거가 탄탄하다. 우선 한 대를 구입해 시범 사용한 결과, 다리 정렬 오차가 눈으로 하는 수술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잡혔다. 출혈이 줄면서 관절이 붓거나 열이 나고, 전해질 밸런스 망가지는 일도 확 줄었다. 이 원장은 "몸이 지치면 치매와 비슷한 섬망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런 게 당장, 거의 사라져서 모든 의사가 놀랐다"고 회고했다. 환자들이 더 빨리 걸었고, 시간이 흘러 수술 결과에 만족한 환자들이 다른 환자에게 '마코 로봇'을 추천하며 입소문을 탔다. 의사들도 치료 효과를 본 후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가족에게 로봇 수술을 권했다.
이후 힘찬병원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메카'로 도약했다. 지난 1월 현재 국내 병원에서 운영되는 마코로봇은 총 40대로, 인천힘찬종합병원을 비롯해 목동(3대), 강북, 부평, 부산, 창원 등 6곳의 힘찬병원이 총 8대를 운영한다. 2020~2024년 국내 전체 마코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4만5099건인데 힘찬병원에서만 총 2만4963건이 이뤄졌다. 마코로봇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55%)은 힘찬병원을 선택한 셈이다. 마코로봇 개발사의 한국지사인 한국스트라이커에 따르면 힘찬병원은 단일병원으로 국내 최다 수술 건수를 기록했고, 특히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마코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한 의료기관으로 '인증'받았다.
로봇 수술은 일반 수술과 비교해 수술 시간이 10~20분 더 길다. 뼈에 구멍을 내지 않는 대신 뼈 바깥쪽에 '송수신기(안테나)'를 부착해 다리 정렬 상태나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 간격 등 핵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데 이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이 역시 경험과 숙련도가 뒷받침되면서 이제는 일반 수술(평균 약 50.6분)보다 로봇 수술(평균 약 44.3분)을 더 빨리 끝마칠 수 있게 됐다. 환부 공기 노출로 인한 감염, 출혈 위험까지 해결한 셈이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실제 다리 정렬 오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일반 인공관절 수술 환자(2020년 2~5월 수술)와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2023년 6월~2024년 2월 수술)를 각 50명을 비교해본 결과, 휘어졌던 다리의 교정 각도가 일반 수술은 수술 전후 약 9.7도에서 약 2.9도로, 로봇 수술은 평균 약 8.6도에서 평균 약 1.8도로 개선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치료 효과는 오래 이어졌다. 수술 후 12~18개월이 지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수술 전 평균 7.1점이었던 통증 평가척도(VAS, 10점 만점에 높을수록 통증이 강함)는 수술 후 평균 0.7점으로 대폭 감소했다. 총 200점 만점으로 관절의 기능을 평가하는 무릎관절 점수(KSS)는 수술 전후 111점에서 178점으로 개선됐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도입 전후 2년 6개월간 80대 이상 고령 환자는 96명에서 490명으로 5배 늘었다. 이수찬 원장은 "이전에는 80세 이상이면 수술하고 나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수술이 힘들다고 봤지만, 로봇 수술이 도입되고는 검사해서 생체징후가 괜찮으면 '할 수 있다' '효과가 좋을 것'이라 말한다"며 "의사가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힘찬병원은 여러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현재까지 총 8건의 마코로봇 관련 국제논문을 발표했고, 이 중 5건은 인용 지수가 높은 'SCIE 급' 저널에 게재됐다. 수술의 정확도를 더욱더 높이기 위해 절삭기구를 자체 개발해 국내와 국제특허를 취득하고 수술에 적용하고 있다. 뼈가 단단한 젊은 남성 환자는 대퇴골(허벅지 뼈)을 로봇팔로 자를 때 약간의 오차로 재절삭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 문제를 인지한 의료진이 절삭기구를 직접 개발해 정확도를 더 높였다.
이수찬 원장은 "인공관절은 너무나 아파서 하는 수술이다. 수술 전후 환자의 생활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걸 보면 의사로서도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며 "인공관절 수술의 발전으로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커졌지만 그렇다고 걸을만한데 성급하게 선택할 정도로 쉬운 수술은 절대 아니다"고 경계했다. 이어 "로봇 수술의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기반으로 무릎 부분 인공관절, 고관절 인공관절에도 성공률을 더욱 높일 수 있게 기초·임상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