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이상 없던 아이, 갑자기 "배 아파"…알고보니 마음의 병?

박정렬 기자
2025.04.02 14:23

미국 국립 아동 외상 스트레스 네트워크
'의료 관련 심리적 외상' 포괄적 지침서 발행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호흡기 등 감염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잦다. 유전병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생명을 위협받고, 생소한 치료 절차에 맞닥뜨리는 것은 아이나 부모 등 보호자 모두에게 고통스럽고 무서운일이다. 때로 병원이나 응급실에 머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병이나 부상을 겪은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부모 등 가족은 치료 후에도 최대 80%가 심리적 외상 반응을 경험한다. 부모 중 20~30%, 아이와 그 형제 자매 중 15~25%는 지속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심리적 외상 반응이 지속될 수 있다.

심리적 외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질병, 부상, 수술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으로 고통받고(재경험), 감정적으로 무감각해지거나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기도 한다(회피). 별거 아닌 일에 깜짝 놀라고 집중하거나 잠들기 어려워하는 것도 드러나지 않은 '마음 속 상처' 때문일 수 있다.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통, 두통 등 신체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심리적 외상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방해한다. 이에 최근 삼성서울병원은 미국 국립 아동 외상 스트레스 네트워크(NCTSN)에서 제작한 '아동 청소년 의료 관련 심리적 외상 포괄적 지침서'를 번역했다. 이 중 부모가 병원에 있는 소아청소년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를 정리했다. 에디터·감수자로 참여한 강병철 꿈꿀자유·서울의학서적의 대표(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심리적 외상 반응을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부모와 가족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며 추천했다. 의료인이 알아야할 내용을 포함해 전문은 여기를 눌러 내려받을 수 있다.

◇안아주고 격려하기=부모는 자녀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다. 아이가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자주 안아주고 격려해야 한다. 어린 아이라면 치료 중에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거나 그림을 보여주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준다.

◇인내심 유지하기=자녀가 울거나, 떼를 쓰거나, 투덜거리거나, 매달리거나, 분노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감정과 행동은 흔하지만 일시적이다.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렵다면, 집에서 하는 것처럼 규칙과 제한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소년도 '어른 같이 보이려' 노력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부모의 따뜻한 지지와 도움이 필요한 존재임을 기억하자.

◇현재 상황을 이해시키기=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단어와 문장을 사용해 "치료는 힘들고 아플 수 있지만 더 건강해지기 위한 것"임을 솔직하게 알려준다. 청소년은 자신의 의학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힘든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아플 수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되 그 과정이 더 건강해지기 위한 것임을 설명해준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면 알수록 아이의 마음은 더 편안해진다.

◇감정 표현하기=아이가 병원에 있는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게 도와야 한다. 두려움을 느끼거나 울어도 괜찮다고 알려주자. 그런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누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해준다. 어린 아이들은 종종 놀이, 그림, 이야기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 소통도 중요하다. 아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상상하는지 물어보고 자책한다면 '네 잘못이 아니다'며 안심시켜준다.

◇의사·간호사와 친해지게 돕기=아이가 의료진을 호의적으로 대하도록 돕는다. 이들이 어떻게 아이를 더 건강해지도록 돕는지 소개하고 의사, 간호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도록 격려한다. 부모에게도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므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는게 좋다. 청소년이라면 의학적 결정에 참여하도록 의사, 간호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혼자 두지 않기=어린 아이를 혼자 두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가능하면 가족이나 친숙한 어른이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 떠날 때는 언제 떠나는지, 왜 떠나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항상 알려준다. 청소년이라면 병원 내에서 친구를 맺을만한 사람이 있는지, 의료진에게 비슷한 경험을 한 또래를 소개해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다만, 청소년의 경우 사생활을 존중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혼자 하도록 지지해준다.

◇부모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자녀가 아프거나 다친 경우, 부모는 종종 분노, 슬픔, 걱정, 무력감 등을 느낀다. 부모가 너무 걱정하고 화를 내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자녀를 돕기가 더 어렵다. 망설이지 말고 친구나 가족에게 도움을 청한다. 가족, 친구, 상담사, 종교인, 의사에게 걱정을 털어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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