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까지 벤처캐피탈(VC)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상장 신약개발사가 단 2곳에 불과할 정도로 투심이 얼어붙어 비상장 신약개발사들의 자금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보유한 기업들까지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소규모 신약개발사들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벤처캐피탈(VC)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상장 바이오기업 중 신약개발사는 카리스바이오와 다임바이오 등 2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피노바이오는 기술이전 성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기술성 평가의 허들을 넘지 못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좌절되기도 했다.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한 신약개발사의 CFO는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한국 바이오 산업이 많이 클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요즘은 너무 경직된 것 같다"며 "비상장 기업들은 상장 허들이 높아진 데다 지금 VC들이 아예 투자를 안하니까 자금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노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플랫폼인 'PINOT-ADC'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해당 플랫폼과 ADC에 사용되는 페이로드 'PBX-7016' 등을 2022년 셀트리온에 기술이전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PBX-7016을 활용한 폐암 치료제 파이프라인 'CT-P70'의 미국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전 성과를 지닌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세 번째 IPO 도전에 나섰다. 2023년 말 피노바이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53억원으로 향후 연구개발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대규모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러나 기술성 평가에서 떨어지며 세 번째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다만 지난해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4번의 유상증자를 거쳐 HK이노엔 등으로부터 약 8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피노바이오는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해외 기술이전(L/O)이나 해외 펀드 유치 등 추가 자금조달 활로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대의 글로벌 기술이전 이력에도 기술성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이후 뚜렷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2023년 뇌-혈관장벽(BBB) 플랫폼 기술인 'BDDS'를 1조원대 규모로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한 바 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78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달 25일 3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가용 현금이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비상장사 신약개발사 고위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선 임상 단계가 높을수록 좋고 기술료 같은 부분도 100억, 200억 단위여야 좋은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다"면서 "IPO를 하려면 더 높은 단계로 가야하는 것은 매우 명확하고 그 방향성에 맞춰서 연구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신약개발사들이 대부분 정부 과제 같은 것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큰 실험이나 임상을 가기 위한 계획들은 다들 딜레이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