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들여 위급한 아이 살렸지만, 적자 우려…정부 지원 절실"

박미주 기자
2025.04.18 17:49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중 처음으로 소아중환자실 운영 시작
최용재 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소아청소년 2차 병원 역할 중요…정부의 제도적 지원 필요"

최용재 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이 18일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 지난 2일 흉부 함몰과 심한 쌕쌕거림, 기침, 발열 등 증상으로 생후 2개월 남자아이가 경기도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으로 전원됐다. 다른 병원에서 급성모세기관지염과 노로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은 환아였다. 호흡곤란이 심해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었다. 이에 튼튼어린이병원은 최근 소아중증환자를 위해 마련한 병실 내 '산소공급라인'으로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공기공급라인을 활용한 분무치료(네뷸라이저)를 병행했다. 그러자 아이의 산소포화도가 초기 85~90%에서 98~100%로 회복됐다. 아이는 6일 후인 지난 8일 건강을 되찾고 퇴원했다.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이 소아의료 체계 붕괴에 대응하고 소아 준중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긴급 소아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달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소아청소년병원 중 소아중환자실을 설치한 것은 튼튼어린이병원이 처음이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18일 자신이 운영하는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에서 '소아의료 붕괴 대응 긴급 소아진료 시스템 구축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말부터 소아중환자실 3병상을 구축하고 병원 내 전 병상인 55개 병상에 산소공급라인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산소공급라인 설치 등을 위해 한동안 병상을 운영하지 못한 것과 소아 중환자실 설치를 위한 설비 등에 20억원가량을 투자했다"며 "소아중환자실에는 산소 치료기, 인공 호흡기 등 소아 응급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시설을 갖췄다"고 말했다. 병실 내 감염 우려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열교환방식의 최첨단 공기정화시설도 전 병실에 설치했다.

아울러 튼튼어린이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의 만성질환 관리를 책임질 정밀의학센터도 설치했다. 이 정밀의학센터에서는 앞으로 그동안 개별 질환으로 관리해 온 비만, 고지혈증,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소아 만성질환을 통합 질환으로 묶어 관리할 방침이다.

최용재 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이 18일 자신이 운영하는 튼튼어린이병원에 설치한 소아중환자실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1년 이상 이어진 의정갈등으로 소아 중환자를 상급종합병원에 전원시키지 못했던 경험 등이 이번 소아중환자실 설치의 배경이 됐다. 최 회장은 "입원 환아가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기 위해 수시간씩 전화기를 붙잡고 문의하는 사례가 많고 대부분 전원 불가라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그 사이 환아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고육지책으로 병원 3층 병동 내에 3개 병상의 소아중환자실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소공급라인 설치 덕에 최 회장은 위중한 아이들을 안심하고 치료할 수 있었다. 그는 "생후 35일 된 남자 아기의 경우 지난 9일 폐렴이 굉장히 심한 상태에서 입원했는데 산소공급라인으로 치료 후 상태가 바로 좋아졌다"며 "예전 같으면 전원을 시도했을 텐데 이런 경우 이제 중등증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자가 우려돼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소아 중환자실 설치에 정부 지원은 없었다"며 "동료 의사들은 적자가 뻔하다며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돈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이 더 중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 병원들은 지금도 소아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상급병원의 전원 불가 메시지에 억장이 무너지고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소아청소년 진료의 허리를 담당하는 2차 병원은 중증화를 막고 3차 병원의 부담을 줄이는 핵심 축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 재정과 정책은 이들의 역할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재정지원이 '24시간 운영'이라는 단편적인 조건에만 집중될 경우 결과적으로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소아청소년 전문 2차병원들은 도태되고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낮은 병원들이 남는 왜곡된 의료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2차병원 중심의 의료개혁이 소아청소년병원의 역할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밀한 지원과 역할에 기반한 진료체계 재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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