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예방 접종 앞서나가는 한국, 미국과 비교해보니…이 백신은 왜?

김선아 기자
2025.05.03 15:30

예방 접종 주사를 맞고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아동의 예방 접종률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높은 접종률을 유지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 대상은 여전히 여성으로 한정돼있어 HPV에 대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미국 국립보건원(JAMA)에 따르면 미국 내 아동 예방 접종률이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시기 높아진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아동 예방 접종률이 감소하면 이전에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었던 전염병 발생의 빈도와 규모가 증가해 결국 풍토병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어린이 홍역 환자 3명이 사망했다.

한국의 어린이 예방 접종률은 주요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도 6세의 완전접종률은 2020년 83.5%에서 2023년 89.8%로 6.3%p 급증했다. 2023년 말 기준 2세 이하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백신 접종률은 한국 97.1%, 미국 91.6%, 영국 89.8%로 나타났다. 백일해·파상풍·디프테리아(DTaP) 백신 접종률에서도 한국은 94.8%로 미국 81%, 영국 93.1%를 앞질렀다.

그 배경에는 질병청의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있다. 질병청은 해당 사업을 통해 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총 19종의 필수예방접종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높은 기초접종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추가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초·중학교 입학생 예방접종 확인 사업도 시행 중이다.

한국과 미국의 15세 남녀 청소년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률 추이/디자인=김지영

다만 접종 비용 지원 대상인 19종 중 HPV 감염증 백신만 접종 대상에 성별 차이를 두고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질병청의 HPV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의 대상은 12~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한정돼 있다. HPV는 자궁경부암과 구인두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특히 성 경험 전에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경우 예방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3년 15세 한국 여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66%로, 2018년 47%에 비해 19%p 증가했다. 특히 2022년 15세 한국 여성 청소년의 HPV 백신 1차 접종 비율은 97%에 육박했다. 2022년 질병관리청의 HPV 예방접종 국가지원 대상이 12세 여아에서 13~17세 여성 청소년과 18세~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 남성 청소년의 HPV 접종률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WHO가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에 관련 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2023년 15세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63%, 15세 여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68%로 성별 간 접종률 차이가 크지 않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1개국이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며 집단 면역을 형성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HPV 예방접종 지원의 대상을 남아까지 확대하는 것을 국정 과제로 채택했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 3년 넘게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고,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남아 HPV 접종 지원은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오는 6월 조기 대선에서 재차 양당의 주요 공약으로 다뤄지며 예산 확보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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