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법안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 위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예외적으로 소아·청소년에는 초진을 허용하는 데 대해 '안전성'과 '편의성'이 대립하며 의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와 협의 없는 정책 추진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비대면 진료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 위주로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전 의원은 "비대면 진료는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사람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를 적극 활용하고 비대면 진료가 보다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성인 재진 환자를 비대면 진료 대상자로 하되, 초진을 받을 수 있는 예외 사례를 뒀다. 섬·벽지와 응급의료 취약지 거주자, 군인, 감염병 환자, 휴일·야간 진료 불가피 환자와 함께 18세 미만 소아청소년과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도 초진을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소아·청소년에게 초진을 허용하는 데 의료계의 의견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쪽은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열이 나는 것 같은 아이도 사실 응급 상황일 수 있다"며 "유럽처럼 병·의원이 멀리 있다면 모를까, 의료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는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이 적고 위험만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시 나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 가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점도 문제로 짚었다.
반대로 일본, 프랑스,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비대면 진료는 '시대적 요구'로 순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병·의원이 가까운 환자나 보호자는 애초에 비대면 진료를 선택하지 않는다"며 "보호자들도 의학적 수준이 향상해 자녀가 위중하다고 판단하면 대면 진료를 우선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다 들어오는 것보다 통화 대기 등에 시간이 더 들고, 직접 보지 않고 진료하는 만큼 의학적으로 판단할 사항도 많아 유리하진 않다"면서도 "다만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추세고, 의료 접근성에 맞춰 환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대면 진료가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수행 실적 평가 연구'에 따르면 최소 1회 이상 비대면 진료받은 환자 1500명 중 82.5%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이 대면 진료와 유사하거나(50.1%) 불안하지 않다(32.4%)고 답했다. 반면 의사 300명 가운데 80.3%는 대면 진료와 비교해 비대면 진료가 "불안하다"고 응답해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대상 범위와는 별개로 의료계에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을 '일방 추진'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상혁 과장은 "이해 당사자 간 협의나 소통 없이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는 것은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도 지난달 "비대면 진료에서 중요한 것은 '허용'이 아니다"며 "의료계와 논의 없는 정책 시행으로 인한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진숙 의원은 "의정갈등 상황에 비대면 진료가 전면 확대되면서 많은 국민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아이와 어르신, 감염병으로 인한 격리환자 등 의료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는 대상 위주로 개정안의 비대면 진료 초진 대상을 설정했다"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 관계 단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가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