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에 돌아온 전공의들이 복귀 첫날부터 노동조합(노조) 출범을 공식화한 가운데 병원별 전공의노조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노조가 20년 가까이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새 노조를 출범하는 한편, 그간 구성되지 못한 병원 단위 노조를 구축해 전공의 인권 보장을 강화하겠단 취지다. 다만 이미 앞서 설립된 전공의노조가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남아있는 만큼, 의료계 내부에서도 새 노조가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복귀한 첫날인 전날(1일)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이하 전공의노조)이 공식 출범했다. 전공의노조는 "국내 모든 수련병원을 포함하는 전국 단위의 조합이자 직종별 노동조합"이라며 "가혹한 근로 환경의 악순환을 끊고 무너져가는 의료를 바로 세우고자 모였으며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노조위원장으로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인 유청준 중앙대병원 전공의 대표가 맡았다.
전공의노조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기존 노조를 계승하자는 의미가 아닌 완전히 새로 설립된 노조"라며 "전공의노조는 전국 단위 노조로 현재 조합원이 계속 가입 문의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근무 중인 만큼 활동 지원을 위해 병원별 전공의노조 지부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공의노조 출범 소식을 두고 혼란스럽단 목소리도 나온다. 전공의노조는 이미 2006년 첫 의사노조로 공식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이와 동일한 명칭의 노조가 새로 구성돼서다. 앞서 대전협은 2003년부터 노조 설립을 추진, 2006년 7월 이번 노조 명칭과 동일한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이란 이름으로 노조설립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다만 기존 전공의노조는 설립 이후 19년간 저조한 가입률과 부진한 활동 실적 등으로 사실상 노조로서의 실질적 역할이 미미했단 평가를 받아왔다. 대전협은 2019년 전공의 노조 지부 설립을 추진을 비롯해, 2020년 당시 박지현 대전협 회장이 전공의노조 위원장에 선출돼 노조 규약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노조 활성화를 강조해왔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에 새로 출범한 전공의노조를 향해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는 "역대 대전협 회장들이 전공의노조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성과가 없었던 건 맞다"며 "전공의는 수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노조위원장을 맡더라도 노조 업무에만 집중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2023년 대전협 비대위가 수련병원 노조 설립 지원 관련 예산을 지원하겠다고도 했지만 병원별 노조는 설립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의정 사태 이후 병원 내부에서 전공의 목소리가 이전보다는 커졌지만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들이 얼마나 있을진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이전에도 (노조 활성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고 서류상으로 노조가 존재했지만 실제 노조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단 점엔 공감한다"며 "새로 출범한 노조는 실제 가입을 바탕으로 조합원들과 연대해 실질적으로 노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전공의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1000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해 하반기 모집을 통해 총 7984명의 전공의가 현장에 복귀했다. 당초 각 수련병원이 모집하기로 한 인원(1만3498명)의 59.1% 수준이다. 이번 하반기 선발 인원과 기존 수련 중인 인원을 포함한 전체 전공의 규모는 1만305명으로, 의정갈등 이전의 76% 수준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