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좋은데…'의료 로봇' 국내는 물론 해외도 "판로 깜깜"

박정렬 기자
2025.09.04 14:56
글로벌 의료 로봇 시장 규모/그래픽=이지혜

의료 분야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로봇 산업이 정부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업계에서 들린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조차 미미한 수가(의료서비스의 가격)와 미약한 허가·인증 파워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판로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연구개발을 넘어 상용화에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단 지적이 나온다.

4일 보건산업진흥원과 아폴로 리서치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 로봇 시장은 2023년 277억 달러(38조 5473억원)에서 연평균 18.63% 성장해 2033년 1270억 달러(176조 73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 로봇은 초기 '다빈치'로 대표되는 수술 로봇에서 시작돼 배달 및 물류, 재활까지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병원에서도 의약품·검체 운반, 병원 안내에 로봇을 활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미래컴퍼니, 로엔서지컬, 큐렉소, 엔젤로보틱스 등 국내 수술 재활 로봇 기업도 도입 병원을 넓혀가며 약진하고 있다.

의료로봇 업계 관계자 A씨는 "수술과 재활 로봇 등은 사람을 보조해 환자 진단, 치료 전반에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여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며 "기술 개발은 어렵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자·기계·소프트웨어 등 파생 산업 분야가 많아 파급력도 크다"고 말했다.

4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 로봇 수술을 통해 의료진 홍보하는 팻말이 붙어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 AI(인공지능)만큼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의료 로봇에 정부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로봇수술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한다고 공약했지만 지난달 발표된 국정과제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로봇 개발·활용 분야도 산업·국방·돌봄이 포함됐을 뿐 의료는 다뤄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는 연구개발을 중점 지원해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나오고 있지만, 이후 판로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기업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수술 로봇은 '다빈치'가 장기간 시장을 독점해 의사들이 새로운 장비를 사용하길 꺼린다.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는 '도제식 교육'이 의료기기까지 적용되고 있다.

재활 로봇은 뇌졸중과 같은 일부 질환에만, 그나마도 까다롭게 수가가 책정돼 병원이 장비 구입에 몸을 사린다. 의료 로봇 업계 관계자 B씨는 "혁신 의료기기 통합심사와 같은 제도가 있어도 이를 위한 임상 근거를 쌓는데 최소 2년, 비용도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가 든다"며 "인력·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쉽게 시도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0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5)를 찾은 참관객들이 삼성메디슨 부스에서 초음파 진단기기 등을 살펴보고 있다. 2025.3.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국내 판매가 어려워도 해외 진출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의료 로봇은 '근거'가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제품은 해외에서도 쓰길 꺼리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도 현지 허가부터 영업, 유통 등 판매 루트를 업체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B씨는 "식약처 인증을 받아도 베트남, 필리핀, 파라과이 등 소수 국가를 제외하고는 현지 허가 절차를 고스란히 밟고 대리점 등 판매 루트도 직접 확보해야 한다"며 "일본은 중남미, 중동, 인도, 동남아 대부분 국가에 인증이 통용되고 국가 입찰도 가능한데 한국은 그런 나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의료 로봇의 발전에 맞춰 연구개발을 넘어 판매까지 정부 지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본다.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의료 로봇을 공공·민간 의료기관이 도입할 때 인센티브를 주거나, 평가에 반영하는 식으로 사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씨는 "건강보험 수가를 확대하고 해외 진출 판로도 열어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한국 식약처 인증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게 의료 외교 역량을 하루빨리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정부 부처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면 민간과 협력을 확대해서라도 판매 루트를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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