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항암신약 후보 'BAL0891'에 대해 세계 최초로 오가노이드(인공장기) 기반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전세계적인 동물실험 폐지 흐름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병용 파트너가 보다 큰 폭의 시장 성장이 전망되는 면역관문억제제라는 점이 주목받는다.
신라젠은 지난 10일 진행성 고형암 또는 재발성·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BAL0891 단일요법 및 항암화학요법 또는 티스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1상 임상시험계획(IND)이 미국 FDA로부터 변경 승인받았다고 공시했다. 병용약물을 임상 초기 계획했던 화학요법(카보플라틴)에서 면역항암제인 티스렐리주맙으로 변경한 것이 골자다.
특히 이번 IND 승인은 오가노이드 기반 병용 연구 데이터만으로 FDA 문턱을 넘었다는데 의미가 부여된다. 임상 계획의 근거가 신라젠이 3D 오가노이드 장기칩 전문기업인 미국 큐리에이터(Qureator)와 공동 수행한 혈관화 종양 면역미세환경 모델(vTIME) 기반 병용 연구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인 큐리에이터의 vTIME 모델은 실제 인체 혈관 구조와 면역 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한 3D 종양 오가노이드 기술이다. 기존 단순 오가노이드보다 약물 침투·분포·면역 반응을 더 정확히 모사할 수 있어, 전임상 단계에서 임상 예측력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라젠은 큐리에이터의 3D 종양 오가노이드 기술을 기반으로 BAL0891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시 vTIME 모델에서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두 회사는 이 성과를 지난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공동 발표한 바 있다. 신라젠은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 비원메디슨의 면역관문억제제 티슬렐리주맙과의 병용 임상시험계획을 FDA에 제출해 승인 받는 성과로 연결했다.
신라젠의 세계 최초 오가노이드 연구 기반 병용 임상 승인은 BAL0891에 보다 많은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등 전세계로 확산 중인 전임상 단계 동물실험 폐지 움직임이 핵심 배경이다. FDA는 최근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하고, 인체 조직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오가노이드 기반 장기칩 기술활용을 대체시험(NAMs)으로 적극 권장하고 있다.
버텍스 파마슈티칼 출신 인사들이 만든 큐리에이터가 개발한 혈관화 오가노이드 모델은 약물의 전달과 면역 반응을 고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어, 글로벌 신약 개발 현장에서 동물모델을 대체할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이번 승인은 큐리에이터의 기술 강점이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사례다.
전세계적 흐름상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파트너로 신라젠의 신약 후보가 낙점됐다는 점은 물질의 기술수출과 연구개발 가속화에 한층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 입장에선 아직 초기 단계인 해당 분야 연구에서 국내 선도적 입지도 점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글로벌 장기칩에 특화된 큐리에이터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최신 혈관화 오가노이드 장기칩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적용해 공동연구를 이어왔다.
보다 높은 성장폭이 전망되는 병용 파트너 영역 역시 추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BAL0891이 당초 계획했던 병용 파트너는 항암화학요법 '카보플라틴'이었지만, 이번 변경 승인을 통해 면역항암제인 티스렐리주맙으로 확정됐다.
아직 시장 규모 측면에선 이미 자리잡은 항암화학요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면역항암제가 차세대 약물로 부상 중인 만큼 향후 사업화엔 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현재 전체 항암제 시장의 30%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면역관문억제제 비중이 오는 2030년 5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중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단일제제 임상에서 오가노이드 활용 사례는 있었지만, 병용임상으로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로, 글로벌 규제 변화 흐름 속에서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전략이 주효했다"라며 "기본적인 약물 경쟁력에 글로벌 최신 규제 흐름에 부합하는 강점 역시 입증한 만큼, 자체적인 연구개발은 물론 추가 사업화 기회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