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강국 도약, 투자·연구·정책 '삼박자' 맞아야"

박정렬 기자
2025.10.26 12:00

[대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
노연홍 "민간이 도전해야 상업적 성과 달성…상시적 규제개선 필요"
이관순 "자본시장 활성화로 바이오벤처 생태계 역동성 회복해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사진 왼쪽)과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 8월 협회 창립 80주년을 맞아 '제약바이오 강국을 향한 미래 전략'을 주제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좌표를 진단하고 산업계의 나아갈 길과 미래전략을 논의했다./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80주년을 맞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과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이 '제약바이오 강국을 향한 미래 전략'을 주제로 대담했다. 전 세계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제약바이오의 현실을 조명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계와 정부의 역할을 모색했다. 이번 대담에서 노연홍 회장은 민간 중심의 혁신 생태계 구축과 맞춤형 수출 지원을, 이관순 위원장은 자본시장의 활성화와 신약 개발 전담 기구 마련을 제안했다.

글로벌 도약 '변곡점'…2030년 'TOP 7' 도약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이하 이) :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각국 정부의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다고 보나.

-노연홍 회장(이하 노) : 한국 제약바이오는 글로벌 선진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10년 새 제네릭(복제약) 중심에서 벗어나 개량신약, 신약,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수출이 확대되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5.5%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30년 세계 7~8위 진입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매출 기준 세계 50위 이내 기업이 없고 블록버스터 신약은 여전히 부재하다. 규모와 기술 측면에서 빅파마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실정이다.

-이: 2000년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린 결과 세계적인 수준의 신약 파이프라인(3200여개)을 갖추게 됐다. 국내 개발 신약 창출, 임상 인프라 구축, 글로벌 진출이라는 결실을 조금씩 보고 있다. 하지만 산업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한정된 국내 시장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으며 R&D 투자도 글로벌 기업과 격차가 매우 크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도 기술과 자금력, 그리고 협력의 범위에서 글로벌 격차가 존재해 단기적으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최초의 블록버스터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고 △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 CGT(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다양한 모달리티의 신약 CDMO(위탁개발생산)가 활기를 띠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존재한다. 삼성, LG, SK바이오사이언스에 더해 HD현대, CJ, GS, 오리온 등이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신약 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 글로벌 도약을 위해서는 첫째, 규모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국내 1위 기업이 연간 약 34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만 글로벌 빅파마는 약 21조원을 투자한다. 둘째, 투자 생태계와 제도적 한계 극복이다. 신약 개발은 장기적이고 리스크가 크다. 대규모 자본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지만 벤처투자와 메가 펀드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AI 신약 개발이나 CGT 등 첨단기술에 전문인력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자본시장의 활성화다. 우수하고 차별화된 첨단기술과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 주도의 신약 개발 펀드 조성·운용으로 바이오벤처 생태계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기존 파이프라인의 '옥석 가리기'로 경쟁력이 있다면 지속해서 지원하고, 신기술에 대한 창업 지원을 동시 추진해 '혁신의 불꽃'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 벤처와 제약기업 간 '이어달리기(오픈이노베이션 릴레이)'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하고, 여기에 VC(벤처캐피털) 투자와 정부 R&D 자금이 집중되게 유도해야 한다.

2030 비전 집중…경쟁적 협력 체계 구축해야

-노: 협회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K-Pharma,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신약 개발 선도국 도약, 글로벌 성과 증대, 제조역량 강화를 통한 국민건강 안전망 구축을 3대 사업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R&D 선순환 체계'를 조성할 때다. 상업화 가능성이 높거나 글로벌 강점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약가인하로 절감된 재원을 R&D로 선순환하는 정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기술혁신 차원에서는 AI가 최단 시간 내에 빅파마와의 간극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인 만큼 큰 폭의 투자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국산 의약품의 수출 확대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체계도 필요하다. 시장별·품목별 맞춤형 수출 지원이나 허가를 위한 예산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의약품 수출 허가 지원 베이스캠프'(가칭) 설치를 제안하고 싶다.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 : 국가 차원에서 신약 개발 과제를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실행기구도 마련돼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후보물질을 15종 이상 확보하고 있다.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노: 정부는 제도·규제 개선 및 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산업계가 스스로 리스크를 감내하고 도전과 혁신을 실행하는 구조여야 상업적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규제, 행정, 인허가 등에서 민간의 실질적인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중심의 상시적 규제개선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 성공 시 혁신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도록 약가제도 등에서 보상과 인센티브 체계도 정교히 마련돼야 한다. 산업계, 학계, 병원, IT 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체와 '오픈 이노베이션'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 신약 개발의 밸류체인, 임상시험, 데이터 연계, 인력 양성 등이 민간 주도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산업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간이며, 정부는 혁신 생태계 조성·규제개혁·인재 양성·펀드 지원 등에서 촉진자이자 파트너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정책 방향이 '선택과 집중'으로 명확하게 설정되면 민간은 자체 실행계획 수립 및 판단 속도를 높일 수 있어 효율적인 실행이 가능해진다. 정책의 실효성은 업계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에 달렸다. 복잡한 행정·규제 장벽은 빠르게 개선되어야 하고 신약 개발의 전주기 즉, 연구-개발-인허가-상업화가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되도록 민관 공동 위원회나 단일창구 등 속도를 낼 수 있는 실행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노: 제약바이오 강국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향하기 위해 'K-Pharma 2030' 비전을 제시했다.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결국 개별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데이터와 지식 공유 체계를 마련해 '경쟁적 협력'을 구현해야 한다.

-이: 산·학·연·스타트업을 포함한 혁신 생태계 전반에서 상생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제약기업이 스타트업과 바이오벤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문화를 확산하면 산업 전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글로벌 신약 개발의 성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노 :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신약 개발의 혁신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제 각 주체가 서로의 역량을 신뢰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개방적 협업 프레임과 실행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우리 산업이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책임지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노연홍 회장은

△행정고시 27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 △식품의약품안전청장 △가천대 부총장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은

△한미약품 대표 △한미약품 고문 △제14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 △현 지아이디파트너스 대표이사 및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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