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박모씨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유난히 심해진 것을 느꼈다. 외출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어깨를 움츠리고 허리를 굽혀 걷게 됐고, 이런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서 걸을수록 다리가 땅겨 점점 자주 쉬어야 했다. 처음엔 단순한 겨울철 근육통으로 생각했지만 진료 결과는 '척추관협착증'이었다. 특히 찬바람을 피하려 몸을 웅크리던 습관이 신경 통로를 더욱 좁히면서 증상이 악화했단 설명을 들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년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척추관이라 불리는 신경 통로가 좁아져 허리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압박받는 상태를 말한다. 보행 시 다리가 저리고 땅기며 조금만 걸어도 통증 때문에 서서 쉬어야 하는 간헐적 파행이 대표적 증상이다. 초기엔 허리 뻐근함이나 다리 불편감 정도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보행 장애로 이어져 일상생활 자립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겨울철엔 이러한 협착증 증상이 더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찬 기온으로 인해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신경 주변의 여유 공간이 줄어든다. 특히 추위를 피하려 자연스럽게 몸을 웅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세는 허리가 뒤로 굽는 후만 자세를 만들며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척추를 변형시킨다. 두꺼운 겨울옷을 겹겹이 입는 것도 목과 어깨를 앞으로 틀어지게 해 구부정한 자세를 유도한다. 결국 겨울철 특유의 자세 변화와 체온 저하가 협착증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진행 단계에 따라 다양하다. 초기엔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신경차단술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 적용된다.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스트레칭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보행 장애가 지속되거나 신경 압박이 심하다면 양방향내시경술과 같은 최소침습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양방향내시경술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회복이 빠르고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노년층도 비교적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일상 속 관리도 중요하다. 실내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어야 한다면 30~40분마다 허리를 펴는 동작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허리 주변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근육 긴장을 완화하는 온찜질을 15분~20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출 시엔 허리를 지나치게 굽히지 않도록 걸음걸이를 의식하고 필요하다면 보행 보조기구를 활용해 보행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안전하다.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겪는 현상으로 여기지만, 생활 습관에 따라 증상 악화 속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무심코 취하게 되는 웅크린 자세와 활동량 감소가 신경 압박을 더욱 심하게 만들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세 관리와 꾸준한 운동, 적절한 치료가 병행된다면 올겨울 허리 통증 악화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외부 기고자-박재현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