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에 신규 입성한 바이오기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상장의 '퀄리티'(Quality·품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유사한 수의 상장 새내기가 탄생한 가운데 시가총액과 상장 전 가시적 성과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이 배경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기업 19개사 중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기록 중인 곳은 8개사에 달했다. 같은 수의 신규 상장 바이오가 탄생한 지난해 연말 조 단위 시가총액을 기록한 기업이 전무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올해 바이오업종은 1월 피부미용 의료기기업체 아스테라시스를 시작으로 이달 24일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 전문업체 리브스메드까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다.
신규 상장사 수는 지난해와 같지만 개별기업의 몸값 측면에선 온도차를 보였다.
올해 신규 상장한 바이오기업 중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 △오름테라퓨틱 △프로티나 △지투지바이오 △리브스메드 △로킷헬스케어 △이뮨온시아 8개사가 이날 종가 기준 1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올해 한층 높아진 업종 가치평가는 신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이끌었다. 8개사 중 대부분이 독자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대형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하거나 공동개발 등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며 높은 몸값을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 상장한 에임드바이오가 지난 10월 ADC(항체-약물접합체) 기술을 지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4000억원 규모로 이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성과와 후속협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앞세워 상장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4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형성 중이다.
알지노믹스와 오름테라퓨틱 역시 각각 RNA(리보핵산) 치환효소와 DAC(항체-분해약물접합체)라는 희소성 있는 기술을 앞세워 일라이릴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한 것을 기반으로 2조원대 몸값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장기지속형 기술을 보유한 지투지바이오, 재생치료 전문기업 로킷헬스케어, 단백질간 상호작용(PPI) 플랫폼 선두주자 프로티나, 신약개발사 이뮨온시아 등 다양한 사업의 기업들이 글로벌 협업 또는 성과 기대감을 동력으로 1조원대 시총 진입에 성공했다.
전체 증시 측면에서도 바이오업종의 존재감은 부각됐다. 명인제약을 비롯해 재상장을 통해 삼양바이오팜과 삼성에피스홀딩스 3개 기업이 코스피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영세한 규모의 기업군으로 구성된 바이오업종에서 한 해에 3개나 되는 코스피 상장사를 배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내년엔 현재 코스닥 시총 1위 알테오젠 역시 코스피 이전상장이 예정돼 있어 소형 바이오 벤처의 모범성장 사례 역시 더해질 예정이다.
바이오업종을 둘러싼 우호적 분위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업계 최대변수로 작용한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가운데 글로벌 대형제약사들의 매출 중심축인 품목들의 특허만료에 따라 이를 방어하기 위한 외부기술 도입 움직임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배경이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제악·바이오산업은 금리인하 구간에서 할인율 축소로 신약개발 중심 바이오테크의 가치 재평가가 기대되는 데다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약가규제와 관세이슈가 일단락되면서 산업 전반의 정책부담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2030년까지 69개 블록버스터 약물특허가 만료될 예정으로 대규모 매출공백에 직면한 글로벌 대형제약사들이 비용 효율화와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외부생산 및 기술도입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CDMO(위탁개발생산) 및 신약개발 기업에는 특허절벽이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