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27년도 의과대학 정원 결정을 강행하는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8일 서면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날 의협은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감사원이 지적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의 위법·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시정하지 않은 채 의대 정원을 결정하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협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르면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 시에는 반드시 지역 단위 수급 추계와 전문과목 및 진료과목별 수급 추계를 분석하고 반영해야 한다"며 "그러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는 이러한 세부 분석을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한 채, 전체 총량 중심의 수치만을 발표했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향해서도 "불충분한 추계를 토대로 또다시 졸속 의결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충분한 논의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라는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감사원 권위를 묵살하는 행정 폭거"라고 비판했다.
앞서 추계위는 지난달 30일 제12차 회의를 통해 기초모형 기준 추계 결과 △2035년에는 총 1535∼4923명 △2040년에는 5704∼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6일 열린 보정심 2차 회의에서는 2035년과 2040년 의사 부족분 추계치의 하한선이 각각 1055명, 5015명으로 재조정됐다. 추계위가 처음 발표한 결론보다 각각 480명, 689명 축소된 수치다.
의협은 보정심의 인적 구성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시정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제5기 보정심을 출범하며 정부 중심 위원 구성을 쇄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행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음에도 정부는 과학적 근거 재검토와 절차적 투명성 확보라는 감사원의 처분 요구를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의협은 공익감사청구를 통해 정부의 감사 결과 미이행과 습관적 위법 행정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정부 인사들을 향해서도 의사 수 추계가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신년하례회 신년사에서 추계 결과를 언급, "현재 추계 모델로 볼 때 2040년 건강보험 재정은 약 240조원, 2060년이 되면 약 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년 전 의대 증원에 따른 갈등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정확한 인식 파악과 당장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 변화를 정부에 강하게 요구한다"며 "변화가 없다면 대의원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의협 집행부도 이 점을 유념해달라"고 경고성 발언을 남겼다.
이날 신년하례회에는 의료계를 비롯해 복지부 정은경 장관·정경실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정부 측 인사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의원 등을 포함해 총 1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의정 갈등이 장기화한 지난해 신년하례회에는 정부 측 인사가 모두 불참했으나, 올해는 복지부 장관이 직접 의료계 행사에 참석하며 소통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은경 장관은 "복지부도 의료 개혁 과제에 있어 의료계와 같은 문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의료 개혁을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며 어떻게 보면 마지막 시기일 수 있다는 절박함을 정부도 알고 있다. 의료계 등과 소통하고 경청해 합리적 개혁 방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