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1위' 일라이 릴리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가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며 AI(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을 가속화한다. 이들의 협력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뿐 아니라 의약품 생산 공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피지컬 AI'까지 범위를 크게 열어둔 만큼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AI가 깊숙하고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일라이 릴리와 엔비디아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개막에 맞춰 '공동 혁신 AI 연구소' 설립을 발표했다. 양사는 향후 5년간 최대 10억달러(약 1조4742억원)를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 계획은 일라이 릴리가 이전에 발표한 AI 슈퍼컴퓨터를 확장한 것이다.
협력 초기엔 릴리의 연구원 기반 실험실과 컴퓨팅 기반 실험실을 연결하는 지속적 학습 시스템 구축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AI 기반 실험을 24시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력은 향후 신약 개발뿐 아니라 로봇 공학, 피지컬 AI 등의 개발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의약품 공장의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며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설 연구소의 인프라는 엔비디아의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네모'(BioNeMo) 플랫폼과 '베라 루빈'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베라 루빈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미국 소비자 가전전시회'(CES)에서 양산 준비가 완료됐다고 발표한 차세대 AI 칩 플랫폼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와 일라이 릴리는 양사 최고의 기술력을 결합해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고 있다"며 "이 청사진을 통해 과학자들은 단 하나의 화합물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방대한 생물학적·화학적 공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탐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A. 릭스 릴리 회장 겸 CEO는 "우리의 방대한 데이터와 과학적 지식을 엔비디아의 컴퓨팅 능력 및 구축 전문성과 결합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신약 개발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수 있다"며 "어느 한 회사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메인 트랙 발표도 진행했다. 메인 트랙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도 존슨앤존슨(J&J), 화이자 등 손에 꼽히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에게 주어지는 발표 무대다. 이러한 자리에 엔비디아가 초청받은 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R&D)에서 'AI'의 존재감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및 라이프사이언스 부문 부사장은 발표에서 "신약 개발에서의 AI 혁명은 이미 본격화됐다"며 "AI 에이전트는 과학 발전을 크게 앞당기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라이 릴리가 실험실과 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 활용을 강화한다면 혁신적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 CEO들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를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산트 나라시만 노바티스 CEO는 "아이소모픽 랩스, 슈뢰딩거, 제네레이트 바이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AI는 신약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데 필수적인 표준 도구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