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제약이 결막염·다래끼 같은 눈 질환에 바르는 항생제 연고 생산을 올해부터 중단한다. 회사는 사업 재편을 이유로 들지만, 업계에서는 안연고에 대한 '제네릭 재평가'로 채산성이 악화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향후 제네릭이 줄줄이 생산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제약은 안산공장 제조·설비시설 개편에 따라 오플록사신 성분의 안연고를 이달부터 생산 중단한다. 삼일제약 측은 "점안제 설비를 확장하면서 공간이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안연고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플록사신은 세균을 치료하는 항생제 성분의 일종이다. 삼일제약은 해당 성분의 안연고 제품인 '오큐프록스'를 비롯해 대웅바이오, 국제약품, 삼천당제약의 동일 성분 제네릭도 위탁 생산한다. 매출액 기준 전체 시장의 40%가량을 책임지며 국내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오플록사신 성분은 사용기한이 3년으로, 생산 중단에 따른 단기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 회사는 설명했다. 앞서 생산한 제품도 많고, 일본 제약사에서 수입하는 약과 한림제약 등이 생산하는 제네릭도 남아 있어 혼선은 크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한 안과 전문의도 "다래끼나 각막염 등에 항생제 연고를 처방하는데 다른 제품이 많아 환자 치료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안연고 생산중단이 삼일제약의 '일방적 선택'은 아니라는 주장이 업계에서 들린다. 정부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무균제제(주사제, 점안제, 안연고제)에 대한 의약품 동등성 평가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안연고를 생산하는 곳은 삼일제약과 한림제약 등 소수이고,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 넘게 제품을 판매했는데 이런 '작지만 확실한' 매출원을 포기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총리령 개정으로 모든 전문의약품에 대한 동등성 재평가가 결정된 뒤 2023년부터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3~2025년 경구제제(정제, 캡슐제, 시럽제 등)에 이어 올해부터 3년간 주사제, 점안제와 안연고제가 포함된 '무균제제'의 재평가에 착수했다.
안연고제의 경우 다른 제품과 비교해 매출은 높지 않지만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는 임상시험에 준하는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등성 재평가를 기한 내 진행하지 않거나 통과하지 못하면 결국 품목 허가가 취소되는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결정이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동등성을 평가하려면 제품 분포가 균질해야 하는데 바르는 연고제는 물에 잘 녹지 않은 난용성이라 이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결과를 도출하기 힘든 제품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 재평가를 추진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일"이라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무균제제는 시설 운영비가 일반 화학 의약품보다 훨씬 많이 드는데, 식약처가 GMP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투자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가 일정하면서 생산비는 높은 안연고보다 수익성이 높은 일반 약(정제)이나 주사제로 라인을 변경하는 것이 업체로서는 이득"이라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제네릭 규제 정책이 의약품 공급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른 제약사 역시 언제든 제네릭 생산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 2위' 한림제약도 안연고 생산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귀에 넣는 점이현탁액도 동등성 재평가에 따른 제네릭 생산 중단으로 공급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다. 식약처 등에 따르면 전체 6개 품목 중 제네릭 3개가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허가가 취소되거나 자진 취하됐는데, 나머지 수입 제품 3개 중 1개는 현재 '공급 중단', 2개는 '공급 부족' 의약품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동등성 재평가 기준은 최근에 강화된 것이 아니다"며 "의약품 수급체계에 따라 제한적으로 공급돼 환자의 진료에 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재평가를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