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엄마 또 꾀병" 아프단 말 비난했다간...'뇌 피로' 커져 화병 더 도진다

박정렬 기자
2026.02.17 10:41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쌓인 스트레스가 각종 신체적·정신적 문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흔히 '화병'이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화병(질병코드 U222)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연평균 1만여명에 달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환자가 4배가량 많은데, 60대에서 특히 피크를 찍는다.

명절에는 과도한 집안일과 대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화병'을 부르기 쉽다. 실제 과거에는 유교주의, 가부장적 문화로 여성이 화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극심한 경쟁과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 스트레스 요인이 다양해지면서 젊은 나이에도 화병을 경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화병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은 소화불량, 두통, 어지럼증 등에서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 심장 두근거림, 얼굴의 열감 등 다양하다. 의학적으로도 화병의 생리적 기전이 증명돼 있다. 뇌의 사령탑인 전두엽이 지치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도 균형을 잃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심장을 평소보다 빨리 뛰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화병 연도별 환자 추이./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우은송 부천세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상들이 '마음이 약해서' 혹은 '일하기 싫어서' 만들어내는 꾀병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환자는 실제로 해당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환자를 비난하는 것은 뇌의 사령탑인 전두엽의 과부하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자연스레 회복된다. 그러나 2주 넘게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과적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방치한다면 만성 피로 증후군이나 우울증, 고착화된 신체화 장애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엽의 균형을 되찾는 데는 가벼운 운동과 이완이 도움이 된다. 근육통과 염증이 있는 부위에 온열 요법과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게 좋다. 친밀한 사람과의 대화, 좋아하는 음악 듣기, 산책하기 등 평소 좋아했던 취미활동을 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는 것과 일정한 수면도 증상 해소에 도움이 된다.

가족 간의 충분한 대화와 위로도 중요하다. 사회적 공감과 역할 분담은 전두엽의 업무 부하를 줄여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우 과장은 "명절 스트레스는 정교한 생체 시스템이 보내는 간절한 신호"라며 "뇌의 사령탑(전두엽)에 쉴 시간을 주도록 따뜻한 침묵이나 응원의 말 한마디로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 진정한 회복의 시작"이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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