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청력이 떨어진 난청 환자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가 '보청기 착용'이다. 과거엔 단순히 주변 소음을 포함, 모든 소리가 크게 들리느라 정작 중요한 말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최근엔 난청환자 개인별 청력 상태에 따라 말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기술력이 상용화했다. 보청기에 AI(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서다.
27일 소노바의 이어폰·보청기 브랜드 포낙(Phonak)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소노바코리아 이윤경 대표는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주변 소음을 제거하고 말소리가 더 잘 들리도록 AI가 자체 판단해 조정하는 포낙 최초 충전식 맞춤형 보청기 '비트로 인피니오 R'을 개발해 3월 국내 출시한다"고 밝혔다.
난청의 주요 원인은 노화다. 2024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에 진입한 우리나라엔 현재 난청 환자가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보청기를 착용하는 비율은 34%(110만명)로,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난청 환자 상당수는 자신에게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드러내기 꺼린다는 게 큰 이유로 꼽힌다. 심지어 보청기를 착용했더라도 중단한 경우도 적잖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보청기 착용을 중단한 이유 1순위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요에 착안해 포낙이 출시하는 이번 신제품은 전문가들이 직접 평가하는 '배경 소음' 성능 평가에서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노바코리아 천성미 교육팀장은 "보청기에 탑재한 AI가 사용자의 환경을 인식해 프로그램을 바꾸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0.07초 미만"이라며 "사용자의 환경에 실시간 대응해 최적화한 소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이날 공개한 '비르토 인피니오 R'은 포낙의 맞춤 설계 방식(RightFit)을 적용해 개인의 귀 구조와 청취 특성을 정밀하게 반영한다. 보청기의 핵심 기술인 '바이오 캘리브레이션(Biometric Calibration)'을 통해 1600개 이상의 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별 특성에 최적화한 청취 환경을 찾아 구현한다. 이를 통해 보청기를 장시간 착용해도 안정적인 밀착감과 편안함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청취 성능 측면에서는 머신러닝 기반 자동 환경 인식 기술 '오토센스 OS 7.0(AutoSense OS 7.0)'이 적용된다. 사용자의 주변 소리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황에 맞는 설정으로 자동 전환하며, 소음 환경에서도 보다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말소리 전달을 지원한다.
연결성과 사용 편의성은 앞서 공개된 인피니오 울트라 라인업에서 호평받은 사양을 그대로 계승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 블루투스로 연동하면 통화뿐 아니라 음악 청취 등 미디어 스트리밍도 이용할 수 있다.
앞서 포낙은 지난해 AI 기반 차세대 청각 플랫폼 '인피니오 울트라'를 선보이며, 단순한 증폭을 넘어 이해 중심 청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 플랫폼은 '오데오 인피니오 스피어'가 2024년에, '오데오 인피니오 R'이 2025년에 각각 출시돼 시장 반응을 이끌어왔다. 이번 비르토 인피니오 R의 출시로 충전식 맞춤형 귓속형 모델까지 더해지며 인피니오 울트라 플랫폼의 전체 라인업이 완성됐다.
이 대표는 "세계 AI 보청기 시장은 이제 얼마나 크게 들려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느냐가 기준점이 됐다"며 "포낙은 이번 비르토 인피니오 R 출시를 계기로 AI 기반 청각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소노바는 1947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글로벌 청각 전문 기업으로, 세계 100여개국에서 청각 솔루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보청기 브랜드로는 포낙·유비트론·한사톤이 있으며, 인공와우 브랜드 AB와 청각관련 유통 브랜드 오디오노바를 통해 전 세계 청각 돌봄 시장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