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먹는 펩타이드'에 재베팅…뒤쫓는 'K바이오' 기대 속 리스크는

김선아 기자
2026.03.02 15:30

노보 노디스크, '포스트 SNAC' 경구용 펩타이드 비만약 개발 본격화
국내사 신약·복제약 사업화 성과…상업화까진 임상 '관문' 넘어야

경구용(먹는) 단백질 및 펩타이드 시장 규모 전망/디자인=김현정

노보 노디스크가 '먹는 위고비'의 강한 성장세를 확인한 데 이어 차세대 경구용(먹는) 펩타이드 기반 비만약 개발을 본격화한다. 국내에선 관련 기술을 보유한 디앤디파마텍과 삼천당제약이 각각 신약과 제네릭(복제약) 영역에서 사업화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경구용 펩타이드는 기술 난도가 높은 만큼 신약뿐 아니라 제네릭도 상업화까진 임상 데이터를 통한 증명이 과제로 남아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비만, 당뇨병 치료를 위한 차세대 경구용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하기 위해 비브텍스와 최대 21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리벨서스 주성분)에 적용된 약물전달기술(DDS) 'SNAC'(엘리젠)의 개발사 에미스피어를 인수할 때 지불한 13억5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보다 거래 규모가 크다.

이는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와 비만 치료제 '위고비 필'로 선점한 경구용 펩타이드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경구제 비만약 시장이 개화하고, 일라이 릴리의 저분자화합물 기반 경구용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임박한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가 경구용 펩타이드에 재차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펩타이드 기반 비만약은 저분자화합물보다 보관·유통, 복용법 등이 복잡하지만 부작용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오르포글리프론과 리벨서스의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 직접 비교 임상 결과에서도 리벨서스 투여군의 치료 중단율이 오르포글리프론 투여군보다 낮고, 안전성 프로파일도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디앤디파마텍, 삼천당제약 등이 경구용 펩타이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 개발 전략과 사업화 방향성에서 차이가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자체 플랫폼 기술 '오랄링크'를 활용해 높은 생체이용률(BA)에 초점을 맞춰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SNAC 관련 특허를 회피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한 'S-PASS' 기술을 적용해 경구용 위고비·리벨서스 제네릭을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부터 멧세라의 경구용 비만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도맡아 진행왔다. 이들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멧세라가 화이자로 인수될 때 조건부가치청구권(CVR)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화이자에게 중요도가 낮은 것 아니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화이자가 지난달 오랄링크가 적용된 'MET-224o'(PF-08656796)를 주요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면서 이러한 우려는 불식됐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 결과와 임상 2상 진입 여부에 따라 디앤디파마텍의 가치도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삼천당제약은 최근 일본 다이이찌산쿄 에스파, 비공개 파트너사 등과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에 대한 글로벌 상업화 파트너십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관심을 모았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약물의 제네릭인 만큼 빠르게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시장을 선점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회사는 일본 파트너사의 경우 계약 기간동안 약 4조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일각에선 삼천당제약이 체결한 계약의 실질적인 가치는 향후 개발 결과와 허가 여부에 따라 평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약 규모와 구조를 보면 파트너사가 지는 리스크가 크지 않고, 삼천당제약이 품목허가 단계에 이를 때까지 직접 수행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다. 삼천당제약도 공시를 통해 두 계약 모두 수익 인식은 조건부로 이뤄지며, 미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이이찌산쿄 에스파는 경구용 위고비 제네릭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BE Study) 결과로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허가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18개월 안에 계약 해지를 진행할 권리를 갖고 있다. 해당 계약은 아직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규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오리지널 위고비 경구용이 일본에서 허가를 받고 약가가 결정되면 변경 계약을 체결한 뒤 그 규모가 공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동성 결과와 품목허가가 조건부로 걸려 있다 보니 파트너사들 입장에선 사실 리스크가 거의 없는 계약 구조"라며 "통상 흡수율이 좋지 않은 약물은 임상에서 환자마다 편차가 크게 나타나 제네릭 개발에서도 임상 환자 수를 늘려 허가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맞추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벨서스만 봐도 임상에서 환자마다 흡수에 대한 편차가 굉장히 크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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