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맞던 주사, 5분만에 끝…암부터 치매까지 '피하주사' 전환 봇물

박정렬 기자
2026.03.05 14:58
글로벌 피하주사(SC) 제형 시장 규모 추이. 제품은 셀트리온 '램시마SC'. /그래픽=최헌정

피부에 찔러 맞는 피하주사(SC) 제형이 적용 범위를 확대해간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보다 투약 시간이 훨씬 짧고 병원 인력·규모의 영향을 덜 받아 환자·제약사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는 글로벌 SC 제형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361억달러에서 연평균 7.62% 성장해 2034년에는 약 69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몇 년 새 항암제에서 치매·자가면역질환 치료제까지 IV 제형의 SC 제형 변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는 항암제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로슈는 유방암 표적치료제 허셉틴의 SC 제형인 '허셉틴 하이렉타'를 시작으로 유방암 치료제 2개(허셉틴+퍼제타)를 결합한 '페스코'를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한다. 2024년 국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페스코'는 IV 제형 대비 치료 시간이 90%가량 짧은데, 이는 조기 유방암 환자 1명당 연간 3일을 절감하는 효과라고 회사는 분석했다.

/사진=한국로슈

면역항암제 최초로 SC 제형 허가를 획득한 곳 역시 로슈다. 티쎈트릭의 SC 제형 '티쎈트릭 하이브레자'는 2024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뒤 유럽연합(EU) 등 총 50개국 이상에서 승인받아 현재 활발히 처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분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올해 말 허가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 밝혔다.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도 지난해 9월 FDA로부터 허가를 획득, 보험 코드가 등록되는 올해 4월부터 현지에서 본격 처방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키트루다SC는 알테오젠의 플랫폼(ALT-B4)을 기술이전 받아 개발돼 우리나라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존슨앤존슨의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의 SC 제형 '리브리반트 파스프로'는 지난해 12월 FDA 허가를 획득했다. 투약 시간은 5분 내외로 IV 제형이 5~6시간 걸린 것과 비교해 훨씬 짧다. 이 약과 병용 사용되는 유한양행의 '렉라자' 매출도 커질 전망이다. 또 다른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도 SC 제형인 '옵디보 큐반티그'가 2024년 FDA 허가를 획득한 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주요 SC 제형 제품 현황/그래픽=최헌정

최근에는 치매 치료제도 SC 제형 변화에 참전했다. 세계 첫 치매 치료제인 '레켐비'의 SC 제형 '레켐비 아이클릭'은 FDA로부터 지난해 8월 주 1회 투여하는 유지 요법으로 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오는 5월에는 초기 사용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미국의 일라이릴리는 애초 치매 신약 후보물질 '렘터네툭'을 IV·SC 제형으로 동시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SC 제형 도입은 국내 기업 셀트리온이 이끈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SC 제형인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하며 2년 연속 연 매출 1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공을 토대로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쓰는 '악템라'의 바이오시밀러 '앱토즈마SC'를 개발, 지난해 미국·유럽·한국 등 주요 국가의 허가를 획득했고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SC 제형도 오는 5월까지 유럽·국내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제형 변경에 눈독 들이는 건 환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빠르고 간편해 환자가 먼저 찾고, 의사도 더 많이 쓰게 돼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다. 기존에 눕거나 앉아 몇 시간을 맞아야 했던 정맥주사와 달리 시설 제약이 덜 해 적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확대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곳에 약을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

경쟁이 치열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빠르고 간편한 투약 방식은 시장 점유율 향상과 직결된다. 램시마의 경우 지난해 렘시마SC와 짐펜트라의 매출이 전체의 80%가 넘는 8394억원에 달했다. 전년(6007억원) 대비 40%가량 증가하며 매출 성장, 시장 확대를 동시에 견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성분도 투약 방식이 편리해지면 환자는 삶의 질이 높아지고, 시장에서는 다른 제품과 차별화 요인이 된다"며 "SC 제형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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