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약가 개편안 결정을 앞두고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를 향해 약가 인하의 파급 효과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선진화 방안 등을 공동 연구하고 실행방안을 함께 만들자며 사실상 '제도 연기'도 제안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5개 단체로 이뤄진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0일 오전 11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오리지널약(원조약) 대비 40%대로 인하하는 내용의 약가 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제약·바이오 산업계는 비대위를 출범해 공동 대응해왔다.
비대위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연구개발(R&D)과 투자 위축을 초래해 산업기반을 붕괴시키고,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과 일자리 감축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윤웅섭 대외협력위원장(일동제약 회장) "실제 R&D나 설비 투자 계획, 신규 인력 채용 등의 계획을 비상경영체계에 맞춰 바꿨다"며 "약가 개편안은 단순히 이익 감소가 아니라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노연홍 공동비대위원장(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폭등하고 있다"며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급격한 대규모 약값 인하마저 강행된다면 산업계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 말했다.
비대위는 수 개월간 약가 인하 중단과 개편안 의결 유예, 혁신형 제약기업 등에 대한 지원 강화, 정부와 산업계 간 의사결정 체계 구축 등을 요청해왔다. 이에 당초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의결될 약가 개편안 심의가 한 차례 미뤄지기도 했다.
복지부가 이번달 건정심에 약가 개편안을 의결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비대위 기업 임직원을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단체행동에 돌입하는 한편, 정부에는 공동연구 이후 약가 개편안을 추진하자며 사실상 '제도 연기'를 제안했다. 약가 개편안이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의약품판촉영업자(CSO)의 급증과 수수료 지급을 고려한 유통 제도 개선 방안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포괄적으로 다루자고 실행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1년 이내 결과를 도출하고 실행 방안을 함께 마련하면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산업 현장의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로 정부의 대승적인 수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비대위는 제네릭 약가를 현재의 10% 이하로 낮추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약가 개편 대상인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53.55%로, 10% 인하하면 48.2%다. 권기범 공동비대위원장(동국제약 회장)은 "10% 상한선은 혹독한 원가절감과 거래처와 고통 분담 등을 통해 노력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정부는 40%대로 낮춘다는 계획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