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위, 환자기본법 등 공청회
환자단체·학계 "환자 권리 보호 명확히 해야"
의협 "환자단체 법적지위 제도화 신중해야"

환자단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의료 정책 결정 과정 내 참여 권한 범위를 넓히는 법안이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 정책 수혜자로 인식되는 환자를 국가가 정책의 '결정 주체'로 바라봐야 한단 취지다. 다만 의료계에선 환자단체의 대표성의 검증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단체로 영향력이 집중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환자기본법 제정안과 환자안전법 일부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논의를 진행했다. 환자기본법은 환자단체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정책 심의·의결 기구인 '환자정책위원회'와 사고 예방·재발 방지 계획을 만드는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해 환자의 정책 참여 권한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환자안전법 개정안은 환자안전사고의 원인 조사 체계 강화 및 의료인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가 환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청회에선 특히 환자기본법 관련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는 환자 권리 증진을 위한 법체계와 통합 지원 기관이 없고 환자를 진료 객체나 보건의료행위 수혜 대상으로만 전제한다"며 "환자단체 역량을 키워 중앙부처나 지자체에 등록 가능한 수준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 추진에 찬성 입장을 보인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핀란드·노르웨이·독일 등 여러 나라에 환자권리법이 있다"며 "환자기본법은 환자 권리 실현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환자 정책 기본계획 및 실태조사, 환자 안전 등을 규정해 현행법상 구현하지 못한 환자 중심 보건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기존 법체계와의 역할 중복 등에 우려를 드러냈다. 김승수 대한의사협회(의협) 총무이사는 "환자를 별도 기본법으로 규정하는 건 이미 관련 기능을 수행 중인 보건의료기본법의 체계성과 균형을 훼손할 것"이라며 "환자정책위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할 경우 정책 조정 과정에서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의 법적 지위 제도화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그는 "환자단체는 질환·목적별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특정 단체가 전체 환자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문성·대표성·책임성 검증 기준도 충분하지 않아 특정 이해관계 중심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중앙환자안전센터의 조사 권한을 확대한 환자안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료진 처벌이 아닌 선제적 사고 예상 체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중앙환자안전센터에 직접적 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개선 활동을 의무화하는 구조는 의료기관에 추가적인 행정적 부담을 초래한다"며 "사고 보고 자체가 규제로 인식될 수 있고 환자안전사고의 자발적 보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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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환자기본법과 환자안전법의 통합적 설계가 필요하단 제언도 나왔다. 옥민수 울산대 의대 부교수는 "특정 법안을 선택하기보다 각 법안의 강점을 통합해 구조적으로 정합성 있는 통합법을 설계해야 한다"며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 명문화, 학습 중심 조사체계와 환자 안전 성과 우수기관에 대한 보상책 설계, 과실무관 보상제도 확대, 피해자 회복 지원 체계 제도화 등을 검토한 일관된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