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약동학(PK) 시험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바이오시밀러 개발 간소화에 힘을 싣는다. 대규모 임상 비용이란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전체 시장의 파이가 더 커질 전망이다. 궁극적으론 상업화 단계 경쟁이 심화돼 이미 경험을 갖춘 기존 업체들의 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생물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BPCI 법)에 대한 개정 질의응답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초안에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할 때 불필요한 임상 약동학(PK) 시험을 간소화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FDA는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서 허가된 오리지널 제품과 직접 비교하는 임상 약동학 연구를 최소 1개 이상 수행해 생물학적 유사성을 입증하도록 했던 기존 권고 사항을 삭제했다. 또한 과학적으로 타당한 경우 미국 외 지역에서 승인된 제품과의 비교 임상 데이터만으로도 생물학적 유사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러한 조치는 오리지널 제품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을 촉진시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미국인들의 약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다국적 의약품 유통업체 카디널 헬스는 '2026 바이오시밀러 리포트'에서 이른바 '바이오시밀러 공백'으로 인해 의료 산업이 향후 10년간 약 2320억달러(약 341조원)의 예상 절감액을 놓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FDA는 지난해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간 및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비교 효능 연구(CES) 폐지 방안을 제시하며 약 1억달러(약 1469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발표된 PK 시험 간소화가 더해지면 최대 약 2000만달러(약 293억원)의 추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막대한 개발 비용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일단 후발주자 진입이 쉬워져 산업이 활성화되고 전체 파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상업화 단계에서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 이미 상업화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들의 입지가 더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전무)은 "선두주자들은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약간 불리해질 수도 있다"면서도 "기존에 임상을 많이 수행하며 쌓은 노하우가 있는 업체들은 새로운 간소화 절차가 나왔을 때 빠르게 전략을 세울 수 있어 후발주자들이 이들과 대등할 정도로 따라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선 스위스 산도즈, 독일 포미콘 등이 이미 임상 3상을 중단하고 시장 선점에 방점을 찍었다.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은 여전히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초대형 시장인 만큼 확실한 데이터로 의료진 신뢰도를 높이겠단 전략이다.
다만 이들 역시 향후 FDA의 가이드라인이 최종 확정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들의 개발 계획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개발 단계에선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상업화 전략에 좀 더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상업화 단계에서 제품을 어떻게 시장에 공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특히 미국은 보험사 등이 공급의 안정성을 굉장히 까다롭게 보기 때문에 이미 판매 경험을 갖고 있는 대형 업체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