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운전' 단속을 강화한 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처벌 약물 범위 등이 모호해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약사단체가 '운전주의 약물' 목록을 공개하며 논란이 점화된 가운데, 의료계에선 고위험군 중심의 세부 기준과 예방 위주 정책이 우선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해 처벌 약물의 기준치 등 상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가 지속된다. 의료용 마약류 복용 후 정상적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처벌 수위를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인 게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약물 운전은 의약품 오남용과 연관된 사회적 문제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환자 수는 2021년 17만530명에서 2025년 39만2239명으로 2.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처방량은 4538만3000정에서 1억816만정으로 2.4배 증가했다.
전신마취제 '프로포폴' 처방 환자 수는 지난해 1175만2765명으로 2021년(977만5074명) 대비 20.2% 늘었고, 수면유도제 '졸피뎀'의 처방 환자 수는 매년 18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졸피뎀 처방량은 지난해 1억7085만5000정으로 최근 5년(2021~2025년)간 최다였다.
그러나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혈중 약물 농도나 위험 약물 기준 등을 평가할 객관적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 최근 대한약사회는 386개 약물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주의 △운전주의 △운전위험 △운전금지로 분류한 '운전주의 약물 목록'을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왜곡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단 비판이 나온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관련 입장문에서 "정신과 약물을 일률적 금지 약물처럼 제시하면 환자들은 '정신과 약을 먹으면 운전하면 안 된다'는 왜곡된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생업상 운전이 필요한 환자가 단속과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자의적으로 약물 치료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약사회 관계자는 "기존 약 허가사항을 토대로 만든 참고용 목록"이라며 "식약처에 공식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한약사회 등과 함께 한 '혈중 농도 기준 도입·운전 금지 기준' 논의에서 선제적 세부 기준이 필요하단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약물 종류·복용 시점 및 환자 연령·질환 상태에 따라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르단 점 △처방 의약품까지 과도하게 규제할 경우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단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교통사고 사례 데이터나 약물 및 환자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사고 관련)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우선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단 의견을 전달했다"며 "규제에 무게를 두기 보단 환자 인식 개선과 복약지도 강화 차원의 예방 중심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