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레이저를?" vs "이미 합법적 시술"…현장 혼란 손본다

홍효진 기자
2026.04.07 17:02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 6월 구성 완료
'한의사 업무범위' 두고…"가이드라인 필요" 목소리
'엑스레이 합법화'도 논의 가능성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료 현장에서 레이저·초음파 등을 사용하는 한의사들이 늘면서 의료인 업무 범위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한의사의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허용·금지 규정이 없어 통상 사법적 판단에 맡겨왔는데, 정부 차원의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단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상반기 중 관련 자문기구를 신설해 의료환경 변화에 맞는 업무 범위를 조정하겠단 계획이다.

7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대한약사회 등 주요 의약단체 6곳과 만난 자리에서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이하 업무조정위)의 운영 방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100여명으로 구성되는 업무조정위는 보건의료 관련 일종의 정부 자문기구로 오는 6월 구성을 마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이 큰 사안은 한의사의 업무 범위다. 최근 한의사들의 레이저, 엑스레이(X-ray), 초음파 등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 갈등이 고조돼서다. 특히 의사단체 반발이 큰 '한의사 엑스레이 합법화'도 업무조정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여당에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 자격에 한의원·한의사를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발의됐는데, 이를 업무조정위에서 논의한단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해 2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법원 판결 확정에 따른 한의사의 X-RAY(엑스레이) 사용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월17일 항소심에서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단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 했으며 검찰이 상고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사진=뉴시스

한의계는 여러 판례를 근거로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해 1월 수원지방법원은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해 약식명령(의료법 위반·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합법'이란 취지의 판결을 하기도 했다.

레이저 시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지호 한의협 부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2014년 대법원에서 IPL(Intense Pulsed Light·광선조사기)은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 IPL은 레이저가 아니"라며 "이를 근거로 레이저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건 납득이 어렵다. 수가 항목에 포함된 레이저 침도 피부 미용 시술할 때와 동일한 레이저 기기를 쓴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기자회견.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반면 의사들은 엄연히 불법이란 입장이다.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는 "IPL은 레이저 범주에 들어가며 (2014년 판결은)한의사의 IPL 사용이 무면허 의료행위란 공식적 판단"이라면서 "엑스레이 관련 판결 역시 전면 허용이 아님에도 법적 판단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무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진 이유는 그간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만 침습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은 물론, 한의사의 한방 의료행위 범주에 대한 세부 규정도 없다. 이에 한의사들이 의료용 마취제인 '리도카인' 등 전문의약품을 약침에 혼합해 사용하는 사례도 적잖다. 다만 이와 관련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의료법 위반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한의사 의료행위 범위가)판례 등으로 축적된 내용은 있었지만 교육 이수 및 한방원리에 기초했는지 등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왔다"며 "직역 간 혼란을 줄이는 방향으로 향후 업무조정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