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떼는데 고작 30만원…직업 비추천" 대장항문 의사들 한숨, 왜

"치질 떼는데 고작 30만원…직업 비추천" 대장항문 의사들 한숨, 왜

정심교 기자
2026.04.07 17:25

치질(치핵)과 변실금, 대장암 등 항문과 대장에 생긴 병변을 치료하는 과가 대장항문외과다. 간단한 시술부터 고난도 수술까지 집도의의 숙련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정작 이들에게 보장되는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장항문외과 의사 3명 중 1명은 수가를 지금보다 무려 3배(300%) 이상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7일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국내 치질수술(치핵근치술)의 수가는 의원급 기준으로 약 30만원이다. 반면 일본의 수가(60만~65만원)는 우리보다 2배 이상, 미국·유럽은 5~10배로 책정돼있다. 대장암의 경우 결장절제술을 기준으로 인건비 변환지수를 적용한 시간당 인건비가 6만205원으로 집계됐다.

정순섭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기자에게 "치질수술은 개원가에 나가 있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적 치료"라면서도 "하지만 대장항문외과 진료 항목 가운데 수가가 오르지 않고 있는 대표적 분야"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학회 일차의료기획위원회가 2024년 10월20일부터 지난해 2월14일까지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1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의 90%는 "치질수술(치핵근치술)에 대한 수가를 지금보다 100%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31%는 "수가를 300% 이상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부 응답자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수가를 반영해야 한다", "행위별 수가 적용"을 요구하며 실질적 개선을 촉구했다.

정 이사장은 "인건비, 소송 리스크, 중복 진료 등을 감안했을 때 3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가 외과의 기본 진료마저 위협한다"고 토로했다.

대장항문외과의 진료 항목은 비급여 항목 비중이 작고, 수술 대부분이 포괄수가제(DRG)에 포함돼있다. 포괄수가제란 질병군(또는 DRG) 단위로 진료비를 한 번에 정해 지급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입원환자의 진료비를 입원 기간 발생한 검사·수술·투약 등 항목별로 합산하지 않고, 질병군별로 미리 정해진 일정액(상대가치점수)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2013년 7월1일부터 시행됐는데, 현재는 7개 질병군(백내장수술, 편도·아데노이드 수술, 항문수술, 탈장수술, 맹장수술, 제왕절개분만, 자궁·자궁부속기 수술)이 포괄수가제에 적용된다.

이런 포괄수가제는 치료비를 예측하고, 과잉 진료를 억제하는 데 유리하지만,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떨어뜨려 진료를 소극적으로 하게 해 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 봉직의 응답자의 67%는 "포괄수가제 때문에 진료 자율성, 치료의 질 모두 저하됐다"고 답했다. 최신 재료의 사용 제약, 복합 질환 수가 미인정, 환자 맞춤 치료 제한 등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의학관리료(입원료 구성요소)도 일본·미국·유럽에선 별도 산정해 보상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술료에 포함돼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 이사장은 "치질 같은 양성 항문질환은 국민의 삶의 질에 직결되는 질환인데도 포괄수가제의 틀 안에서 보상이 이뤄지다 보니 보상률이 낮다"며 "대장항문외과 의사 대다수가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에 포진한 것을 고려하면, 추후 개원가 경영 악화, 전공의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의료소송에 대한 공포감이 실제 진료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속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9%는 "의료소송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86%는 "실제로 진료 방식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적극적인 진료 자체가 위축된다", "중증 환자 진료를 기피하게 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이런 이유로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2명 중 1명은 "외과를 후배에게 추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고위험 저보상 구조 △정부·국민의 외과 무관심 △과도한 소송 위험 △삶의 질 저하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제도 개선안으로 △의사의 형사 면책 △공적 배상 기금 운영 △무분별한 소송 방지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포괄수가제 개선 방안으로는 △선택제 도입 △복수 질환 수가 인정 △수술 및 치료행위에 대해 포괄수가제에서 제외한 후 행위별 수가를 적용할 것 등을 내놨다.

최 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는 대장항문외과가 현재 단순히 수익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료로서의 존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을 드러낸 결과"라며"학회와 정부 모두 더는 미룰 수 없는 근본적인 정책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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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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