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전신 질환" 미세 전이로 '10년 후 재발'도 많아

박정렬 기자
2026.04.09 16:10

[인터뷰] 안진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조기 유방암도 재발 위험↑고위험군은 적극 대응을

"유방암은 전신 질환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유방에 국한한 질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단 시점부터 이미 미세 전이가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 전략을 세웁니다"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난 안진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은 장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방암은 여성 암 중 발생률 1위로 생존율이 비교적 높다. 하지만, 무조건 '수술=완치'를 의미하지는 않아 재발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학계에 따르면 조기 유방암도 재발률이 17%에 달한다. 암이 커지거나(2기) 주변 림프절 등에 전이된 경우(3기) 5년 이내 재발률이 6~22%로 폭넓게 나타난다.

안 교수는 "특히 국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호르몬(HR) 양성/HER(인간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2 음성은 수술 후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다가 10년, 20년이 지난 뒤 재발하기도 한다"며 "5년 생존율만으로 예후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는 수술과 항암 치료만큼 재발에 대한 불안을 크게 느낀다는 게 안 교수의 전언이다. 우리나라는 40~50대 비율이 높은 만큼 재발에 대한 우려도 큰 편이다. 안 교수는 "재발 이후에는 완치보다 질환을 관리하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개념으로 치료의 의미가 달라진다"며 "재발 이전 단계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충분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진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다행히 최근에는 병기(1~4기)와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 조직학적 등급, 유전자 발현 양상 등을 종합 검토해 재발 위험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국소 치료만으로는 재발을 충분히 막기 어려워 전신치료 개념의 보조 치료도 발전했다. 재발 고위험군은 CDK4/6 억제제 보조요법이 미세 암전이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한층 넓어졌다.

CDK4/6 억제제(제품명 키스칼리)는 림프절 전이가 없더라도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치료 기간은 3년이나 전이성 유방암에 쓰는 것보다 적은 용량을 사용하고 간 기능 수치 이상·피부 발진 등의 부작용도 조절이 가능한 수준이다. 보통 HR 양성 유방암은 항호르몬 치료 후 환자 상태와 재발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항암치료를 병행할지 CDK4/6 억제제를 추가로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다만, 비급여라 치료비 부담이 커 절반 이상은 치료를 포기한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자녀와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가 힘없이 발길을 돌리고, 오랜 시간 '암 환자'라는 틀 안에 갇혀 살아가는 모습에 그 역시 안타까움을 느낀다. 안 교수는 "재발이나 전이가 모두 진행된 이후에 고가의 치료를 사용하는 것도 결국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고위험군 환자가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적절히 치료받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부담이 줄고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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