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용품 사재기를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섰지만 일부 온라인 쇼핑몰 내에서 주요 제품 품절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길어진 중동 사태가 불안 심리를 자극해 미리 물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품목 부족 현상이 반복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온라인 의료 용품 쇼핑몰에선 여전히 주사기와 수액 세트 등의 품절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최근 한 쇼핑몰은 주사기와 주사침 전 품목에 대해 회원 계정 1개당 주 1회, 상품별 최대 5개로 구매 범위를 제한한 상태다. 이 쇼핑몰은 지난 15일 공지에서 "특정 고객에게 (제품 구매 행위가)편중되지 않고 폭넓게 공급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수급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구매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의료 소모품은 최근 중동 사태 여파로 원료인 나프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국내 현장 수급에도 차질을 빚어왔다. 다만 정부는 생산 단계에선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일일 주사기 생산량은 지난 17일 오후 5시 기준 487만개로, 14일(332만개) 대비 47% 늘었다. 지난 14일 식약처가 '주사기·주사침 매점매석행위 금지 고시'를 발령하며 의료 용품 제조·판매업자의 해당 품목 △과다 보유 △판매 기피 △특정 구매처에 과다 판매 등 폭리 목적 행위를 금지했는데, 이후 확인된 수급 동향에서 연이은 생산량 증가가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병·의원에선 주요 물품 재고가 부족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불안 심리에 따른 사재기가 이어지며, 일부 유통 업체 중심의 가격 인상과 품절 사례가 발생하고 있단 것이다. 이날 기준 경기 성남시의사회 모니터링에 따르면 관내 의료기관 99곳이 '의약품·의료제품·의료기기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정구의 한 의료기관은 "주사기, 니들(바늘), 수액 카테터(가느다란 의료용 관), 수액 세트, 수액 팩, 장갑, 알코올 솜 등 온라인 도매상에서 판매하는 물품이 대부분 품절"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한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 A씨는 "주사기 대부분이 거의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재고가 아예 없는 용량분 주사기도 있어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반려동물 의료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반려묘가 1년째 췌장염 투병 중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주사기 나비침을 100개씩 구입해 사용 중이었는데 지금은 판매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비싸게라도 사려 했는데 품절됐다고 나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피하 수액 주사기가 다 품절이다" "나비침·50㏄ 주사기 등을 사는데 가격 상승세가 심각하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식약처는 지난 18일 예방의약품 및 의료용구 제조업체 한국백신과 주사기 물량 확보 관련 업무협약을 맺는 한편, 20일부턴 유통 현장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이미 장기화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살 수 있을 때 사놔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사재기성 수요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소모품 생산 자체는 통계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도 현장에선 심리적 불안감을 쉽게 해소하긴 어려운 눈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