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근감소증'을 유도하는 핵심 유전자 4종이 규명됐다. 개인 맞춤형 예방 전략 수립과 근육 노화를 늦추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28일 이상수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골격노화연구소장) 연구진은 아시아인 근감소증 환자와 건강한 사람 총 40명(각각 20명)을 대상으로 허벅지 근육(외측광근) 조직에서 유전 정보를 추출·정밀 분석한 결과, 근육 유지·감소를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 4개(ADAM8·BECN1·KLF4·GBP5)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4개 유전자는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근육 감소를 유도하는 '조절자'(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감소증은 낙상과 골절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사망률 증가와도 연관된 대표적 노인성 질환이다. 특히 고령층은 가벼운 낙상도 골절이나 장기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체 기능의 급격한 저하를 초래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한 유전자들이 실제 근육 상태와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지를 수치로 확인했다. 그 결과 유전자들의 활동이 증가할수록 근육 건강 지표는 외려 나빠지는 '반비례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전자 활동이 높을수록 근육량을 나타내는 지표(SMI)는 감소했고, 두 요소 간 상관관계는 -0.63에서 -0.74로 나타났다. 이는 유전적 변화가 근육 감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손의 힘을 측정하는 '악력'도 4종 유전자 활동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경향(-0.58~-0.69)을 보이면서, 이들 유전자 변화가 실제 근력 저하로 이어진단 점도 확인됐다. 이상수 교수는 "해당 유전자들이 근감소증 발생을 알리는 '몸속 신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유전자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근감소증을 보다 이른 단계에서 진단하고 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법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4개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근감소증을 유발하는지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먼저 ADAM8과 GBP5 유전자는 몸속에서 만성 염증과 면역 반응을 촉진해 근육을 손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 '염증 반응'을 키워 근육이 점점 약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BECN1 유전자는 세포 내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자가포식' 기능과 연관됐다.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세포 안에 불필요한 물질이 쌓이면서 세포 건강이 나빠지고 결국 근육이 약해지는 원인이 된다. KLF4 유전자는 근육 세포의 생성과 회복에 관여하는데,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손상된 근육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 근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개인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예방 전략을 세우거나, 근육 노화를 늦추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서구인 중심의 기존 근감소증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인 특유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핵심 기전을 규명했단 점에서 큰 의미"라며 "특히 근감소증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질환을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엑스클리 저널'(EXCLI Journal, IF 4.9) 올해 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