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리스크, 의료 분야로 확산…MRI 조영제 공급망 '경고등'

정기종 기자
2026.05.05 09:15

가돌리늄 의존도 90%로 절대적…수출통제 유예 종료 앞두고 진단 현장 불확실성 확대
"탈(脫)가돌리늄이 해법"…망간·철 기반 대체 조영제 개발 경쟁 본격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여파가 의료 분야로 확산될 조짐이 일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 핵심 원료인 가돌리늄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됐기 때문. 이에 기존 가돌리늄 중심 MRI 조영제를 대체할 기술 확보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4월 단행한 가돌리늄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통제가 MRI 조영제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예기간 만료 시점이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원료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가돌리늄은 희토류 원소 중 하나로 강한 상자성(자기장 속에 놓으면 자기장과 같은 방향으로 자력을 띠는 성질)을 기반으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MRI 조영제의 핵심 원료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전세계 가돌리늄 생산·정제 분야에서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원광을 많이 채굴하는 것을 넘어 정제 및 가공 인프라를 독점한 것은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채굴해도 이를 중국으로 보내 정제한 뒤 재수입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희토류 공급망이 단기간에 다변화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다.

중국은 절대적 입지를 기반으로 희토류를 외교적으로 활용해 왔다. 2023년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희토류를 포함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반도체 소재인 갈륨·게르마늄을 대미 수출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며 본격적으로 자원의 '무기화'를 선언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엔 가돌리늄을 포함한 7개 희토류에 대해 수출통제를 부과했다.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올해 11월까지 한시적 유예 상태지만, 양국 외교 변수와 임박한 시한이 맞물리며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MRI 조영제 시장은 GE헬스케어, 바이엘, 브라코, 게르베 등 4개 기업이 90% 이상을 점유하는 과점 구조다. 이들 역시 대부분 중국산 가돌리늄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사들이 가돌리늄 사용량을 줄인 차세대 조영제 개발이나 저용량 제제 확대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이 역시 아직 상업화 성과가 부족하고, 여전히 가돌리늄 의존 구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공급망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업계는 '탈(脫)가돌리늄'을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현재 망간 기반 조영제와 철 기반 나노 조영제 등이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 후보물질은 임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가돌리늄을 대체할 유력 후보로는 망간과 철이 꼽힌다. 망간은 기존 허가 품목이 존재한다는 점이, 철은 인체 필수적인 원소로 자연 대사 및 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망간의 경우 앞서 존재했던 제품이 독성 문제로 시장에서 퇴출된 전례가 있다. 현재 GE헬스케어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망간 기반 MRI 조영제의 미국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철은 희토류와 달리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지 않고, 정제 및 가공 인프라 역시 글로벌 전역에 분산돼 있다. 가돌리늄과 같은 체내 잔류 이슈 역시 제한적이란 평가다. 가돌리늄이 최근 안전성을 이유로 유럽과 일본에서 일부 제제의 사용 제한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다방면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철 기반 MRI 조영제 대표사는 국내 기업인 인벤테라다. 독자 나노 기술을 접목한 'INV-002'로 국내 3상에 진입했으며, 미국 2b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허가 시 세계 최초 품목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특히 LG화학과 동국생명과학과의 협력을 통해 각각 원료·완제 협력 생산 체계를 추진하고 있어 희토류 비의존 공급망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가돌리늄 공급망 이슈는 단순한 원료 수급 문제가 아닌 구조적 리스크"라며 "기존 영상 품질과 안전성으로 경쟁하던 MRI 조영제 시장이 향후 공급망 안정성과 원료 의존도 축소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임상 데이터를 쌓아온 가돌리늄 조영제를 당장 대체할 순 없겠지만 망간과 철 등 대체재를 기반으로 한 MRI 조영제의 상업화는 안정적 공급 능력을 기반으로 차별화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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