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잤는데도 "머리 아파", 3040 위협하는 뇌종양...20년만에 신약 등장

박정렬 기자
2026.05.12 14:30

한국세르비에 12일 '보라니고' 출시 기념 간담회

12일 신경교종 표적치료제 '보라니고' 출시 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종희 교수(사진 왼쪽) 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재용 교수./사진=한국세르비에

신경교종은 뇌종양의 일종으로 뇌 속 '신경교세포'라는 조직에 생긴 종양이다. 뇌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종양 중에서 가장 흔하다. 2023년 기준 신규 뇌종양(중추신경계 포함) 환자 2011명 중 신경교종 환자가 1652명으로 82.5%를 차지해 가장 많다.

신경교세포는 뇌 신경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신경교종이 발생하면 두통과 구토, 인지장애, 간질 발작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간질 발작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의식 상실, 경련 등으로 환자의 '삶'을 망가트린다. 낙상, 외상, 사고를 유발하거나 두개내압 상승으로 돌연사까지 초래할 수 있다.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보라니고'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장종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보통 자고 일어나면 두통이 사라지지만 뇌종양은 그렇지 않다"라며 "혈액 순환 장애와 이산화탄소 축적으로 뇌압이 높아지고 머리가 아픈데, 이런 '새벽 두통'처럼 특징적 증상이 나타나면 신경교종을 포함한 뇌종양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신경교종 표적치료제 '보라니고' 국내 출시 기념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신경교종은 종양과 비종양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뇌의 특성상 수술로 완전 제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방사선 치료를 해도 강도를 높이기 힘들고 혈관-뇌 장벽(BBB)에 항암제 효과마저 제한적이다. 장 교수는 "특히, 저등급 신경교종은 35~42세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데 수술 등 치료에도 지속적인 재발·발작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큰 부담을 겪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치료 타깃은 존재한다. 신경교종을 유발하는 IDH 변이를 초기부터 억제하면 종양 성장과 악성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날 소개된 '보라니고'는 바로 이 IDH변이 중 IDH1과 IDH2 변이를 이중 억제하는 치료제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2세 이상, 신경교종 가운데 교모세포종을 제외한 저등급(2등급) 성상세포종과 희돌기교종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했다. 2006년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허가받은 '테모졸라마이드' 이후 신경교종 분야에 20년만에 등장한 신약이다.

보라니고 임상 결과./사진=한국세르비에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보라니고는 가짜약(위약)과 비교해 질병 진행·사망 위험을 65% 감소시켰다. 치료 2년 후에도 환자의 80% 이상이 방사선 등 추가 치료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라니고 치료군이 종양 용적이 1.3% 감소한 반면 위약은 14.4% 증가해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치료 중 발작 발생률은 위약보다 64% 감소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재용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보라니고 임상을 보면 다음 치료까지 개입 시점을 75% 지연시켰는데, 이는 독성이 강한 항암·방사선 치료를 늦춰 환자가 정상적인 삶을 보내는 시간을 늘린 것"이라며 "종양을 치료함으로써 부수적으로 간질 발작을 억제하는 등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IDH 표적치료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IDH 변이 세포도 치료해 종양을 형성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보라니고를 쓸 수 있는 환자는 연간 200명 수준으로 제조사인 한국세르비에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 약의 보험급여를 신청,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올리비에 루쏘 한국세르비에 대표는 "보라니고 출시로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청년 환자의 불안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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