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과(産科) 전임의(펠로·Fellow) 수가 5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산연령이 늦어지며 고위험 산모 '응급분만'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숙련된 분만 의료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12일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전국 산부인과 전임의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40여개 대학병원 산부인과 전임의는 17명이며 이 중 산과 전임의는 5명으로 파악됐다. △2023년 7명 △2024년 8명 △2025년 8명에서 더 줄어든 것이다. 이들이 근무하는 병원은 강남차병원, 가천대길병원, 건국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삼성서울병원으로 수도권에 집중됐다.
학회는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수련 수당지급 관련 현황파악을 목적으로 매년 상·하반기 총 2차례 전임의 현황을 조사한다.
전임의는 전공의 수련(4년)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얻은 뒤 세부 분과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는 의사다. 보통 2~3년간 세부 전공을 익혀 세부 전문의가 되면 해당 분과와 관련된 진료를 담당한다. 산부인과의 경우 아기분만을 맡는 산과, 임신과 연관된 내분비학과, 암과 관련된 부인종양학과 등으로 나뉜다. 산과 전임의가 없다는 것은 숙련된 분만 대응경험을 쌓은 전문인력 확보가 어렵고 미래에 후배 분만의사를 양성할 산과 교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교수)은 "산과 세부 전문의를 하겠다고 나선 이가 5명에 그친다는 것인데 (전임의를 마치는) 2~3년 뒤엔 이들이 모자의료센터에서 분만을 책임져야 할 인력"이라며 "전임의가 줄어드는 상황은 그만큼 아기를 받을 분만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구와 충북 청주에서 '응급분만 뺑뺑이' 사고가 잇따르면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생아 중환자실(NICU)'이 연결돼야 하는 고위험 분만체계의 붕괴가 현실화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분만기관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은 77곳(30.8%), 분만기관이 한 곳만 남은 지역은 60곳(24.0%)으로 지역의 절반 이상이 '분만 취약지'로 내몰렸다.
산과를 기피하는 주된 요인은 낮은 수가와 소송위험이 꼽힌다. 산모의 평균연령 상승 등으로 고위험 임신·분만이 늘며 의료사고 위험이 커졌지만 보상이 부족하고 책임은 과도하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환자가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내는 '포괄수가제'(DRG)의 기준을 위험도·응급도로 세분화하고 고위험 요인에 따른 가산체계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과도한 소송부담을 두고도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선 국가가 책임을 분담하는 보상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산과 전임의가 없다면 고위험 임신·출산을 볼 수 있는 전문인력이 사라져 결국 산과의 대(代)가 끊긴다"며 "수가와 의료사고 소송에 대한 근본적인 보상구조 개편이 없다면 산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