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지역의 '분디부교형 에볼라' 감염 확산세가 매섭다. 올해 첫 사망사례가 알려진 지 약 한 달 만에 총 139명이 숨졌다. 기존에 유행하던 유형과는 다른 변종으로, 백신이나 치료제 자체가 없단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2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우간다에서 유행 중인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는 현재까지 약 600명, 이에 따른 사망자는 139명으로 집계됐다. WHO는 지난 17일 이번 유행 관련 공중보건 경보 체계 중 두 번째로 높은 단계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상태다.
발병 지역이 확대되면서 향후 감염사례는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인 감염자도 확인됐다. 미 CBS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콩고에서 의료 선교 활동 중이던 미국인 의사를 포함해 최소 6명의 미국인이 에볼라에 노출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유행지 감염사례가 이미 약 800~1000건에 달할 수 있단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에볼라는 중증의 출혈과 고열을 일으키는 '필로바이러스'과에 속한다. 이번에 유행 중인 에볼라 유형은 앞서 유행한 자이르·수단형이 아닌 '분디부교형'이란 이름의 또 다른 변종이다. 2007년과 2012년 각각 우간다 분디부교 지역과 민주콩고에서 유행한 바 있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 따르면 분디부교형 에볼라 감염자나 사망자의 혈액·체액·분비물과 직접 접촉해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지며, 잠복기는 2~21일 정도다. 감염 초기엔 발열·두통·근육통 등이 나타나고 이후 구토·설사 및 출혈 증상을 보인다. 올해 첫 분디부교형 감염 환자는 지난달 24일 증상 발현 후 사흘 뒤 사망한 민주콩고 이투리주의 간호사다.
엠마 톰슨 영국 글래스고대학 바이러스연구센터 책임자는 사이언스미디어센터를 통해 "의료진 감염은 의료 환경 내에서 인지하지 못한 전파가 있었고 감염 예방·통제 체계에 허점이 존재한단 뜻에서 심각한 경고 신호"라며 "(주된 발생지인)민주콩고 이투리주와 수백~수천㎞ 거리의 캄팔라와 킨샤사에서도 감염이 확인됐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이미 확산했단 뜻"이라고 분석했다.
분디부교형의 치사율은 자이르형(약 60~90%)보단 낮지만 최대 50%에 달할 만큼 높다. 백신이 있는 자이르형과 달리 개발된 백신·치료제도 전무해 의심 환자 격리나 대증요법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백신이 개발 단계에 있지만 실제 사용까진 6~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WHO는 자이르형을 겨냥해 개발된 백신 '에르베보'의 사용도 검토 중이나, 이 역시 실사용까지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WHO는 이번 사태가 팬데믹(대유행) 수준의 위험으로까진 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코로나19 때와 달리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확산은 방지할 수 있단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의 경우 확산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해외 방문 등에 따른 감염자 유입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유입 가능성을 '낮음'으로 평가하면서도 위기 경보 '관심' 단계 발령과 함께 대책반을 구성한 상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해외 상황을 주시하며 대비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에볼라 유행)국가 여행을 계획하거나 이미 다녀온 이들은 귀국 후 21일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의심 증상 발생 시 1339 또는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