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전문 자산운용사 싱가포르 CBC 그룹과 유럽 헬스케어 전문 투자회사 GHO 캐피탈이 합병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전문 투자 회사가 출범할 예정이다. 중국 중심의 아시아 네트워크에 강점을 가진 CBC 그룹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합병으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지원에도 힘이 더 실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BC 그룹은 2027년까지 GHO 캐피탈과 합병을 마무리해 세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전문 투자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CBC 그룹과 GHO 캐피탈의 총 운용자산(AUM)은 각각 108억달러(약 16조2000억원), 104억달러(약 15조6000억원)로 향후 세워질 새 법인은 약 212억달러(약 32조원)를 운용한다.
이번 합병이 마무리되면 CBC 그룹과 GHO 캐피탈은 현재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회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인 오비메드를 단숨에 제치게 된다. 모더나를 설립한 벤처캐피탈(VC)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의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140억달러(약 21조원) 수준이다.
푸 웨이 CBC 그룹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합병은 아시아·태평양, 북미, 유럽의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결합해 선도적인 헬스케어 기업 및 혁신을 세계 최대 규모이자 성숙한 시장, 글로벌 자본과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포트폴리오 기업과 경영진의 성장, 영향력 확대를 지원해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CBC 그룹이 아시아 지역에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스케일업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CBC 그룹은 최근 '뉴코'(NewCo) 모델을 염두에 두고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탐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코는 특정 에셋(자산)을 기반으로 글로벌 투자사가 주도해 설립한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CBC 그룹이 한국에서도 임상 1~2상 단계의 유망한 에셋을 찾아 중국에서 빠르게 임상을 진행해 뉴코 등의 방식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모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중국 에셋과 중국 임상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보니 글로벌 VC들이 투자의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중국을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CBC 그룹은 올해 초부터 한국투자공사(KIC)와 협력해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KIC는 글로벌 바이오 연구개발(R&D) 투자 플랫폼에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국내 신약의 초기 임상을 지원한다. CBC 그룹과 글로벅 빅파마도 출자에 참여하며 투자 규모는 약 2억3000만달러(약 34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선 자금난 등으로 전임상 단계에서의 조기 기술이전이 빈번한 만큼, 초기 임상 지원책은 에셋의 가치를 키워 기술이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번 합병으로 CBC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및 북미까지 확대된 만큼 국내 바이오 기업의 사업개발(BD) 지원도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뉴코는 향후 빅파마에 다시 에셋을 팔거나 인수돼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라면서도 "국내 기업이 한 번에 빅파마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 많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미국이든 중국이든 뉴코의 빠른 임상을 통해 개발 진전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뉴코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