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규제 심할수록 흡연 사망자 많아질 것" 호주 의사의 경고, 왜

정심교 기자, 바르샤바(폴란드)=정심교 기자
2026.06.04 13:49

[글로벌 니코틴 포럼 2026]

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프레지덴셜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 니코틴 포럼(GFN) 2026'에서 호주 약물정책 전문가이자 의사인 알렉스 워댁(Alex Wodak)이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연율을 높이기 위해 전자담배 같은 비연소 니코틴 제품에 대한 규제가 점차 엄격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오히려 흡연자의 사망률 감소에 제동을 걸 수 있단 경고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글로벌 니코틴 포럼(GFN, Global Forum on Nicotine) 2026'에서 호주 약물정책 전문가이자 의사인 알렉스 워댁(Alex Wodak) "비연소 니코틴 제품은 흡연으로 인한 사망률을 놀라울 정도로 낮춰, 일반담배(연소식) 수요를 완벽히 대체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각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비연소 니코틴 제품 판매 금지, 향 첨가제품 금지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공중보건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지난 4월 24일 시행된 '담배사업법' 개정에 따라 담배의 정의가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건강 경고 표시 △광고 제한 △금연 구역 내 사용 금지 등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3일(현지시간) 개막한 '글로벌 니코틴 포럼(GFN)'의 논의 축은 '금지'다. 이날 기조연설 후 이어진 토론회에선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심할수록 불법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일반담배 구매가 정상화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렸다. /사진=정심교 기자

그런데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강조하기보다 전자담배에 대한 빗장을 푸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미국 내 흡연자 1명당 담배 소비량은 미국의 1·2차 세계대전 참전, 대공황 등을 겪으며 급증하다가 1963년 정점을 찍은 후 2010년까지 매년 평균 2%씩 줄어들었다. 이는 1970년 이후 담배 방송 광고 금지, 담뱃세 인상, 비흡연자 권리 수호 캠페인 등으로 일반담배 흡연율이 낮아져서다. 이후 흡연자 상당수가 전자담배로 갈아타면서 일반담배 소비 감소 폭은 매년 5%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는 "흡연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면서 "1945년부터 현재까지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쟁 사망자보다 최대 30배 더 많다는 추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흡연 폐해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7만268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약 20%에 달한다. 사망자 5명 중 1명은 담배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직·간접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자 수가 연간 800만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흡연자가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탈 경우, 전자담배가 건강 위해도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15년째 이어진다. 이른바 'THR'(Tabacco harm reduction, 담배 위해 감소)을 두고 학계와 정책 입안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THR 옹호론자들은 기존의 일반담배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이어가되, 흡연자들이 비연소 니코틴 제품으로 갈아타도록 정부가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렉스 워댁은 "THR 반대론자들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 논리에 따라가기에 급급하다"며 "전 세계 '국영' 담배회사 가운데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주력 판매 제품을 전환한 사례가 아직 없다는 건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니코틴 포럼(GFN)'에 참석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전자담배의 규제에 대한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반면 민간 담배회사들은 앞다퉈 전자담배 개발·출시에 속도를 낸다. 이는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인데, 실제 최근 영국·미국·뉴질랜드·스웨덴·노르웨이·아이슬란드·일본 등 7개국에선 이미 전자담배 소비량이 일반담배를 앞질렀다. 그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를 추월하는 나라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흡연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공중보건상의 문제다. 각국 정부는 '흡연 관련 사망'을 최대한 빨리 줄이는 것을 공중보건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백신을 도입하면서 공중보건이 진전했듯, 소비자·생산자·투자자 모두 '고위험 니코틴 제품'에서 지금보다 더 안전한 '저위험 니코틴 선택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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