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 앞둔 제약사들 "혁신형 제약 인증" 사활…해법도 가지각색

박정렬 기자
2026.06.18 16:15
국내 제약사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방어 전략/그래픽=이지혜

보건복지부가 올 하반기 복제약(제네릭) 약가 인하를 결정한 가운데 현실적인 방어책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지목된다. 국내 제약사들은 자회사 합병·투자비 증대·인증 재도전 등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약가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17일 R&D 자회사 유노비아의 합병을 완료했다. 2023년 11월 재무구조 개선과 신약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유노비아를 물적분할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일동제약측은 "약가 개편안 시행 등 제도적 여건에 부합해 운영 안정성을 도모하는 한편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 말했다.

휴온스그룹도 지난 5월 핵심 계열사인 휴온스와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을 보유한 휴온스랩의 합병 계획을 밝히며 그 배경으로 역시 '약가 개편안 대응'을 지목했다.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측은 "휴온스의 R&D 투자 확대를 통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을 경우 약가 인하 정책에 유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우대 내용/그래픽=김지영

일동제약·휴온스그룹이 자회사 합병 배경으로 지목한 약가 개편안은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원조약(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단계적으로 45%까지 낮추는 것으로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신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R&D 비중이 높은 혁신형 제약기업은 49%의 약가를 4년간 부여하고, 신규 복제약 등재 시에도 원조약 대비 60% 약가를 최대 4년간 부여하는 등 혜택을 준다. R&D 조직을 별도로 떼어놓으면 정작 '본진'의 R&D 비율은 낮아 약가 우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다.

자체 투자를 늘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도전하는 곳도 상당수다. 특히, 제일약품은 신약 R&D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에 이어 혁신형 제약기업 입성을 노리고 있다. 별도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8억원 줄었지만, R&D 비용은 76억에서 97억으로 되레 28% 늘리며 '승부수'를 던졌다.

약사법 위반(리베이트) 등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반납한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높은 R&D 비중을 기반으로 올 하반기 재인증에 나설 계획이다. 복지부가 지난 3월 인증 대상 기준을 행정처분 후 5년에서 행위종료 후 5년으로 개선하며 도전의 기회가 열렸다. 종근당은 지난해 10월 신약 R&D 자회사 '아첼라'를 설립했지만 자체 R&D 비율이 높아 합병을 고려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 신청 자격을 갖춘 JW중외제약도 재인증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변경된 기준을 적용한 혁신형 제약기업 신규·연장 신청은 8월 중 진행되며 결과는 11월 이후 발표될 예정이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혁신형 제약기업이 결정된 후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새롭게 인증받아도 수 개월은 약가 가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정 이전까지 제약사는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고, 변경된 약가를 소급 적용할 경우 약국·도매사의 행정 처리 부담도 클 것"이라며 "약가 개편안 시행 시점을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맞춰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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