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병협) 역사상 첫 여성 수장으로 선출된 유경하 회장이 '상생과 혁신'을 신임 집행부의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병원 간 협력과 필수 의료 강화를 핵심 과제로 들며 의료계 한목소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유 회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병협회관에서 열린 제43대 회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의정 갈등 후 의료 현장은 여전히 정상화의 길을 찾고 있고 지역·필수 의료는 심각한 인력·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상생과 혁신,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유 회장은 이대목동병원장을 거쳐 2020년부터 이화의료원을 이끌고 있다. 병협회장으로 여성이 선출된 건 협회 67년 역사상 처음이다.
특히 유 회장은 병원 간 '한목소리'를 강조했다. 병협은 대학병원·중소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등 3300곳이 모인 병원계 대규모 법정단체다. 여러 의료기관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그간 협회 내에서도 하나로 일치된 의견 개진이 어렵단 우려가 있었다.
이에 병협은 병원계 상생 협력 강화를 목표로 기존 회무위원회를 회장 직속 '상생협력위원회'로 개편했다. 유 회장은 "병협이 소속 병원의 정책 파트너가 되려면 협회 내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며 "상생협력위를 통해 실제 의료 현장의 의견을 더 경청하고 지역·규모·기능에 따라 다른 의료기관의 역할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수 의료 강화와 관련해선 주요 분야에 대한 집중적 지원과 수가 확대가 거론됐다. 분만·소아·응급·중환자 등에 대한 고정비와 운영·유지비 별도 지원체계를 만들고, 필수 의료·지역 격차 등에 대한 사회적 기여도를 반영한 공공정책수가를 확대하겠단 것이다.
'필수 의료'란 용어의 의미가 재정의돼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김우경 병협 제1정책위원장은 "필수 의료의 정의가 지금처럼 진료과 중심으로 가면 과별 이기주의에 매몰될 수 있다"며 "의료행위와 관련된 구체적 정의를 공론화해 합의를 끌어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병협은 최근 의원급 수가 협상 결렬을 두고 "건강보험(건보) 재정의 총량만 두고 얘기할 시기는 지났다"고도 지적했다. 유인상 병협 부회장 겸 제1보험위원장은 "건보 재정의 부족만 반복해서 거론할 때는 지났다고 본다"며 "코로나19 대유행 등 (대규모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불가항력적 시대를 거쳐왔고 이젠 앞으로 일어날 여러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국가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단 점을 (정부에)더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병협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유 회장은 "의정 사태 당시 전공의들 덕분에 (의료계의)많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수련병원이 전공의 수련과 관련된 짐을 떠맡기엔 (재정적·인적)한계가 명확한 만큼 전공의는 정부 주도의 수련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국가가 전공의 수련의 책임 주체가 돼, 필수 의료 양성과 인건비 및 전공의 피교육자 역할 강화에 따른 병원 인력구조 전환 비용 등의 지원을 확대하도록 정부·국회에 건의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전공의를 국가에서 선발하고 의료기관에 교육을 의뢰하는 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