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코딱지는 외부의 더러운 물질로부터 폐를 보호하기 위해 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코안 쪽 점막에선 끈적한 점액이 계속 분비되는데, 이 점액은 우리가 숨 쉴 때 들어오는 미세먼지·세균·바이러스·꽃가루 등을 잡아 가둔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점액에 달라붙는 이물질이 많아지는데, 이 점액이 공기와 닿아 수분이 날아가면서 딱딱하거나 끈적한 코딱지로 변한다.
하지만 코딱지 색깔이 초록색·검은색을 띠거나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 뜻밖의 질환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달라진 코딱지'가 우리 몸에 보내는 질병 신호 3가지를 알아본다.

초록색 코딱지가 많이 생겼다면 위축성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위축성 비염은 코점막이 얇아지고(위축) 단단해지며, 콧속 공간이 넓어지면서 건조해지는 만성 비염의 일종이다. 끈적한 분비물과 악취를 풍기는 두꺼운 코딱지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령층과 여성, 사춘기 청소년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위지혜 교수는 "특히 노인에게 나타나는 위축성 비염은 노화로 코점막이 위축되면서 점액 분비가 줄고, 코점막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이 있거나, 코 내벽이 장기간 박테리아에 감염돼도 위축성 비염에 취약하다. 수술 시 비갑개를 과도하게 제거한 경우 나이와 관련 없이 위축성 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코의 숨길은 트여 있지만 코딱지가 코점막을 덮고 있어 환자는 '코가 막혔다'는 느낌을 받는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코피, 코·목 이물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녹색을 띠는 코딱지가 자주 생기고, 이 코딱지에서 악취가 날 수도 있다. 후각 장애, 비인두 건조감, 두통 등도 동반할 수 있다. 방치하면 위축성 인두염·후두염 등을 일으켜 인두·후두 점막이 위축되고 딱지가 생기면서 건조함·가려움증·기침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위축성 비염이 발병하면 증상을 줄이기 위해 코점막이 마르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체온 정도의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하루 두세 번 코를 씻어 코딱지·악취를 제거한다. 치료는 코딱지 생성을 줄이고 냄새를 제거하며, 감염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박테리아 감염이 원인이라면 테라마이신·에펙신·무피로신 같은 항생제 연고를 코 안에 발라 박테리아를 죽인다. 에스트로겐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경구로 복용하는 비타민 A·D는 코 점액 분비를 활성화해 딱지를 줄일 수 있다.

축농증(부비동염)은 비강에 연결된 작은 동굴 모양의 공기주머니(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염증성 분비물이 증가하고, 이게 비강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고여 농으로 변하는 질환이다. 축농증은 곰팡이에 감염돼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곰팡이성 축농증' 또는 '진균성 부비동염'이라고 부른다. 전체 축농증 환자 10명 중 1명가량이 곰팡이성 축농증으로 진단받는다. 공기 중 떠다니는 곰팡이가 코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곰팡이성 축농증은 먼저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세균성 축농증을 치료하는 항생제로는 곰팡이성 축농증이 치료되지 않아서다.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한 뒤 항진균제로 치료하는데, 당뇨병 환자나 면역 저하자(항암치료·장기이식·면역억제제 사용 환자 등)에게 곰팡이성 축농증이 많이 발병한다. 심하면 곰팡이가 눈·뇌를 침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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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코딱지가 생기면서 코막힘, 누런 콧물, 후비루(콧물이 뒤로 넘어가는 증상) 등이 한쪽 콧구멍에만 나타나기 쉽다. 노란 콧물과 함께 코에서 '하수구 냄새가 난다'라고 할 정도로 악취가 난다. 또 상악동과 접형동에 곰팡이가 자라면 치통처럼 얼굴 한쪽이 쑤시고 두통이 발생한다.
진균성 부비동염을 예방하려면 자주 환기하고 공기청정기로 실내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잠들기 전 생리식염수로 코를 씻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당뇨병 환자, 면역 저하자는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게 권장된다.

코딱지가 유독 많아지면서 한쪽 코막힘, 후각 감퇴, 콧물, 코피가 함께 나타난다면 부비동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부비동암을 이해하려면 부비동의 구조부터 파악하는 게 도움 된다. 사람의 얼굴 뼛속엔 몇 개의 공간이 있다. 코안의 빈 곳이 비강, 비강 주위에 있는 동굴 모양의 공간인 부비동이다. '코 옆에 위치한 동굴'이라는 의미에서 부비동(副鼻洞)이라 이름 지어졌다. 비강에 암이 생기면 '비강암', 부비동에 암이 생기면 '부비동암'으로 진단한다. 비강암과 부비동암은 사람에게 생기는 전체 암 가운데 1%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드문 암이다.
부비동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상악동암 △사골동암 △전두동암 △접형동암 등 4종으로 나뉜다. 그중 '상악동암'은 작업 환경과 깊이 연관된다고 의학계는 추정한다. 니켈, 가죽 건조, 광물성 기름, 크롬, 이소프로필 알코올, 칠기, 땜질, 용접, 나무 등을 취급하는 노동자에서 상악동암의 발생률이 유독 높게 나타나서다. 특히 니켈은 상악동암 중에서도 편평세포암종, 나무 분진은 선암종의 발생과 관련 있다고 보고된다. 편평세포암종은 흡연과 관련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비동암을 일찍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초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거나 코막힘(특히 한쪽만), 후각 감퇴, 콧물, 코피, 가피(코딱지) 등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게 일반인에게도 흔한 비염·축농증 등과 비슷해서다. 이 때문에 부비동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대부분 어느 정도 진행해서야 뒤늦게 진단된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은재 교수는 "부비동암은 수술적 치료가 기본이지만, 최근엔 코 기능을 보존하도록 내시경 수술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입천장·얼굴뼈를 제거해야 할 경우 팔·다리·어깨 등에서 자가 조직을 이식해 본래의 기능·모양을 복원하는 재건술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