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일 아기 살린 '5일의 기적'…"희귀질환 진단, 5년→평균 5.5일로"

정심교 기자
2026.06.28 13:38

국립보건硏-삼성서울병원 '중증 신생아 신속 유전체 검사' 완성

신생아중환자실에 원인 불명 질환으로 입원한 신생아가 응급 처치와 함께 여러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 3.2㎏으로 태어난 남자아기가 생후 6일째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고 몸이 축 늘어졌다. 10분 넘게 경련을 일으켰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심장박동은 1분당 200회를 넘으며 위급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혈액 검사에선 암모니아 수치가 정상보다 높았다. 의료진은 선천성 대사 질환을 의심해 관련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중증 신생아 신속 유전체(Rapid whole genome sequencing·Rapid WGS) 검사에 들어갔다. 5일 후 나온 검사 결과, 원인 질환은 '요소회로 대사질환(OTC 결핍증)'이었다. 요소회로에 문제를 일으켜 몸에 암모니아가 계속 쌓이는 질환이다. 모계 유전이라는 사실도 밝혀져 둘째 계획을 하고 있던 엄마에겐 산과와 연계해 산전 진료를 권했다.

태어나자마자 아파하며 울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신생아는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신생아의 '원인 질환'을 찾는 데 기존엔 수 주에서 수년이나 걸렸지만, 앞으로는 평균 5.5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삼성서울병원이 '급성 중증 신생아에 대한 신속 유전체 진단 연구'를 함께 진행해 신속 유전체 분석 체계를 완성한 덕분이다.

이 체계대로라면 위급한 중증 희귀질환 신생아의 유전질환을 찾아내기까지 기존엔 4~6주, 길게는 5년 이상 걸렸지만, 이를 평균 5.5일로 단축했다. 최단 시일은 2일로, 주말을 제외한 경우엔 평균 3.8일이 소요된다. 양미선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신생아분과 교수는 "(앞서 언급한 사례의) 해당 아기는 기존의 표준 유전자 검사로는 진단이 안 돼 치료 방향이 불명확했지만, 신속 유전체 검사 후 정확한 진단으로 적기에 치료할 수 있었다"며 "장기적인 관리부터 가족의 유전상담, 희귀질환 산정특례 등록 등 제도적 지원까지 연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증 신생아 신속유전체 검사 단계. /자료=국립보건연구원

현재 영아 사망의 41%가 유전 질환과 연관돼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신속한 검사로 신생아 생존율을 높인다는 목표다. 검사는 한 사람의 전체 유전정보(약 30억개 염기)를 한 번에 읽어 분석하며, 유전자의 모든 영역을 포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으로 병명을 알지 못해 겪는 '진단 방랑'도 해소할 수 있다. 희귀 질환의 경우 원인을 알 수 없어 끝없는 외래 방문과 반복되는 검사, 치료 지연으로 인한 발달 문제 등 수개월부터 수년까지 오랜 시간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급성 중증 신생아 135명 중 43명에서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 변이를 확인했다. 양성 유전 진단율은 31.9%다. 진단이 이뤄진 환아들은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방향 결정, 장기 관리체계 수립, 유전상담 등을 받는다.

연구책임자인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신생아분과 교수는 "아픈 신생아에겐 시간이 치료다. 상태가 빠르게 나빠져, 수 시간에서 수일 내 치료 방향이 결정돼야 한다. 진단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신속 유전체 검사는 다양한 단계의 검사를 한 번에 대체해 환자 부담을 줄이고 진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설문 결과 의료진과 보호자 모두 유용성과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입원 기간도 단축해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입원 기간이 단축된 23건에서 약 434일의 입원 일수가 줄었다. 장 교수는 "병원별 단가 기준 약 2억원의 입원실 비용이 절감될 잠재력을 확인했다. 경제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 신생아 신속유전체 검사의 등록 대상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며 생후 4주 이내 또는 교정 주수 44주 미만의 신생아로 4가지 경우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 다발성 선천기형이 있는 경우, 중증 단일 장기 질환이 있는 경우, 기존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임상 경과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 담당 임상의가 단일유전자질환을 강하게 의심하는 경우 중 하나다./ 자료=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은 현재 국내 12개 대학병원의 신생아·임상유전학·진단검사의학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다학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환자 등록부터 검체 분석, 결과 해석까지 전 과정을 신속하게 수행한다.

향후에는 전국으로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신생아중환자실 네트워크를 넓히고 매년 약 250명의 중증 신생아를 대상으로 신속 진단과 맞춤치료를 한다는 목표다.

지난 2024년 시작된 연구는 신속 유전체 분석체계를 마련해 급성 중증 신생아 20명 중 10명의 유전 질환을 진단했다. 지난해엔 전국 6개 병원이 참여해 75명의 환아 중 23명의 양성 신속 진단을 해냈다. 올해는 전국 12개 병원으로 확대해 115명의 환아를 모집 중이며, 15일 기준 60명이 참여했다.

장 교수는 "신생아의 유전체 검사는 가족 전체의 예방의학으로 확장되고, 유전 전문의가 없는 지역병원에서도 참여할 수 있어 지역 의료격차 완화에도 도움 된다"며 "표준화된 검사 진단 매뉴얼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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