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 찢은 간호사들 "PA 교육, 의사 아닌 간호사가 해야" 외쳤다

정심교 기자
2026.06.30 16:17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정상화 및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06.30. mangusta@newsis.com /사진=김선웅

‘절반은 의사’나 다름없는 간호사가 진료지원 간호사(전담간호사·PA)다. 그간 대학병원의 '음지'에서 전공의 업무의 일부를 대신해온 이들이 지난해 6월 간호법 시행과 함께 합법적인 직역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정부가 이들을 가르칠 교육기관으로 대한간호협회 외 다른 곳에도 기회를 제공하려 하자 간호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칫 의사들에게 교육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라는 판단에서다.

30일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가 서울 청와대 앞 도로에서 연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정상화 2차 촉구대회'에서 신경림 간협 회장은 "간호법으로 진료지원업무의 전문성이 인정됐는데도 '교육'과 '자격관리'를 다른 기관이 좌우하려는 건 의료개혁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진료지원업무 수행 간호사 교육체계를 '교육과정 운영 및 수료증 관리'와 '교육기관 지정·평가'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 10일 '진료지원업무 교육기관 지정·평가 예비 도입 사업 위탁기관 지정 공모'를 냈다. 선정되면 오는 12월 31일까지 △진료지원업무 교육기관 예비 평가 수행 및 지표 점검 △평가체계안 마련 등 업무를 수행하며, 정부로부터 2억7000만원을 지원받는다.

30일 대한간호협회가 서울 청와대 앞 도로에서 연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정상화 2차 촉구대회'에서 간호사들이 '간호사 피눈물 난다!'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그간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 주체를 두고는 "간호협회가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사 업무 일부를 하는 것인 만큼 의사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왔던 터라, 간협은 이번 공개모집이 '간협 패싱'이 될 수 있다는 데 우려하는 분위기가 짙다. 이에 신 회장은 "현재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은 기관·지역별로 내용과 환경이 천차만별"이라며 "이는 과거 병원들이 인력 부족을 메우려 임의로 불법 PA를 운영해 온 결과로, 실무 역량 편차가 커 최소 역량 보장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에게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을 맡길 수 없단 이유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순선 대전광역시간호사회장은 "지난 의료 공백 사태에서 국가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아낸 건 현장의 간호사들이었다"며 "그러나 복지부는 의료공백을 메운 전담간호사들과의 약속을 뒤로한 채, 교육과정 운영과 기관 평가를 서로 다른 기관에 위탁하려 한다. 이는 간호 교육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최종 책임을 분산시키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간호법 제정으로 진료지원업무가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았는데도 여전히 간호사를 의사의 종속적 보조인력으로 바라보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 전문직의 교육과 자격관리는 전문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간호계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경 전라남도간호사회 회장과 박인숙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교육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 장치"라며 "세계적 기준에 맞게 전문직 교육은 해당 전문직 단체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기관 지정·평가와 교육과정 운영이 서로 다른 기관으로 나뉠 경우 교육의 일관성과 전문성이 훼손되고 의료기관마다 교육 수준이 달라져 결국 환자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서울 청와대 앞 도로에서 열린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정상화 2차 촉구대회'에서 간호사들이 '대통령이 해결하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촉구대회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간호사들의 반대 의지를 보이기 위한 '대형 면허증 반납식'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신 회장은 대형 간호사 면허증 모형을 반으로 찢으며 "질 낮은 교육으로는 간호사의 전문성을 대체할 수 없다", "의사 공백을 메워온 것은 대한민국 간호사"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간협 대표단은 청와대에 면담 요청 서한을 전달했다. 간협은 서한에서 "30여년간 제도 밖에 머물렀던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가 간호법을 통해 비로소 제도권으로 들어온 만큼 교육의 원칙과 철학이 바로 서야 국민이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대통령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간협은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기관 지정과 평가, 교육관리 운영체계 권한이 간협에 부여될 때까지 전국 58만 간호사가 연대해 대응하겠다고도 천명했다. 신 회장은 "이번 요구는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 그리고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현재의 정책을 강행한다면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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